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임금 수준이 미국의 배에 달하고 독일, 일본,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들보다 훨씬 높은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왜곡으로 이 같은 임금상승 과실이 대기업 정규직 노조원들에게만 집중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8일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한국의 5인 이상 사업장 기준 제조업 평균 임금은 3만7699달러로 1인당 GDP(2만3838달러) 대비 임금 수준이 1.58배에 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지난해 제조업 임금 평균이 1인당 GDP의 0.79배에 그친 미국의 배에 달하는 것이며 독일(1.33배), 일본(1.27배), 영국(1.15배), 프랑스(0.84배) 등 주요 선진국들을 모두 웃도는 것이다.

이는 노사분규가 본격화한 지난 1980년대 이후 제조업 분야 대규모 사업장을 중심으로 생산성 향상을 크게 넘어선 임금인상이 계속돼 왔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특히 대규모 노사분규가 시작된 1987년과 지난해를 비교할 때 한국의 1인당 GDP 대비 제조업 임금수준은 1.39배에서 1.58배로 증가한 반면 다른 주요 선진국들은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미국은 1.08배→0.79배로 크게 떨어졌고 독일(1.45배→1.33배), 일본(1.30배→1.27배), 영국(1.26배→1.15배) 등도 모두 낮아졌다.

또 대규모 제조업 사업장을 중심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가 갈수록 벌어져 노동시장 구조개혁 없이는 성장과 임금상승의 온기가 사회 전반에 퍼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대기업·유노조·정규직 근로자와 중소기업·무노조·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격차가 3배에 달해 경제활성화가 오히려 중소기업·비정규직 근로자의 상대적 박탈감만 키우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김남석·김영주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