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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유연화를 통한 신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선진국들이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은 정년 60세 법제화, 고용형태 공시제 등 경영상 해고 요건을 강화해 기업의 고용 창출 여력을 오히려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제계는 선진국 수준의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근로조건 개선에만 치중된 고용노동정책 대신 유연한 노동시장과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정부와 정치권의 개혁 의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8일 한국경영자총협회와 경제계 등에 따르면 글로벌 경기 불황 속에 해고 여건, 비정규직 활용 등 인력 운용에 대한 규제 강화로 기업의 고용창출 기반이 약화하는 등 경직된 고용노동 환경이 한국 경제 경쟁력 저하의 주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노동시장 관련 주요 지표들을 살펴보면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은 조사 대상 148개국 가운데 한국의 노동시장 효율성을 78위, 노사협력 순위를 132위로 평가했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 역시 지난해 60개국 가운데 한국의 노사관계 순위를 56위로 평가했으며, 세계은행도 지난 2009년 한국의 고용 해고부문 경직성 순위를 183개국 중 150위에 자리매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정치권은 정년 60세 법제화, 고용형태공시제, 대체휴일제 등을 도입하고 통상임금 및 근로시간에 대한 규제까지 강화하는 등 고용노동 관련 규제를 갈수록 강화하고 있다.

최근 국회에 계류된 주요 노동현안 법안들을 살펴보면 근로시간 단축, 경영상 해고 요건 강화, 통상임금 범위 확대 등을 내용으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사내 하도급 보호 목적의 사내하도급법, 최저임금 인상기준을 다루는 최저임금법, 산재·고용보험법 등 모두 규제 일변도의 내용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근로조건 개선에만 집중된 고용노동 정책은 결국 기업의 고용 수요를 위축시키고 신규 일자리를 찾는 청년층이나 취약계층에게 새로운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근로자 고용 형태의 대외적 공개를 통해 기업을 압박해 정규직 등으로 전환을 유도하려는 목적으로 시작된 고용형태공시제는 대외 이미지 하락을 우려한 기업들이 오히려 신규 고용을 줄이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총 관계자는 “선진국들처럼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서는 결국 정부와 정치권이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