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의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되면서 금융권에서는 ‘위안화 비즈니스’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위안화 무역 결제 비중이 내년에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은행권에서는 앞다퉈 위안화 관련 금융 상품 출시나 중국계 은행과의 합작 사업 등을 서두르며 위안화 결제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에 나섰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중 FTA로 은행권에서는 위안화 거래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획 획득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와 주요 은행들이 회의를 열어 위안화 결제 확대 목표치를 점검한 결과 내년 위안화 결제 비중이 올해의 2∼3배로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됐다.

현재 한·중 교역량(지난해 기준 2288억 달러)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은 1.2%에 불과하지만 정부가 이 비중을 중장기적으로 20%로 높이겠다고 나서 금융권에서는 위안화 거래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사업 영역이 마련됐다고 내다보고 있다. 실제 다음달부터 개장되는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을 앞두고 국내 은행들이 위안화 관련 상품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우리은행이 역외 위안화(CNH)를 기준금리로 삼은 위안화 예금 패키지를 출시한 데 이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이번 주 공동으로 위안화 정기예금을 6개월 및 1년 만기로 출시, 6억 위안 한도로 특별 판매한다. 기업은행 역시 현재 1년 만기에 금리가 2.9%인 위안화 정기예금 상품을 개편해 내놓을 계획이다.

은행들은 상대적인 고금리로 유치한 위안화 자금을 수출기업 대상 위안화 대출이나 파생상품 거래 등에 활용할 방침이다. 위안화 무역결제와 중국 투자기업을 위해 지난달 말 ‘글로벌 위안화 대출’을 출시한 외환은행은 최근 한 해외 플랜트 업체에 대해 6000만 위안 규모의 위안화 대출 한도를 제공하기도 했다.

중국계 은행들과 합작사업을 통해 위안화 결제 시장 선점에 나서는 은행도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중국계 메이저 은행들과 무역결제에서부터 자동화기기(ATM)서비스 공유, 투자은행(IB)사업 협력, 원·위안화 상호 커미티드라인(유동성 위기 등 비상상황에서 외화를 우선적으로 인출할 수 있는 구속성 있는 자금대여 약정) 제공 등 다양한 부문에서 협력 사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