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로 세월호 참사 발생 5개월이 됐지만 사고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세월호특별법은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의 사퇴 논란 등 야당의 지도부 공백 상태에다 여당 및 유가족들이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세월호특별법 처리는 정기국회가 끝난 연말 이후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박 원내대표가 사퇴할 경우 새정치연합이 새로운 원내 사령탑을 선출하는 데 한 달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여 야당 측 협상파트너 부재 현상이 세월호특별법 장기화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새누리당과 유가족들은 진상규명위원회의 기소권과 수사권 부여 문제를 둘러싸고 한발도 물러서지 않은 채 평행선만 달리고 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야당이 빨리 잘 수습이 돼서 정상화됐으면 좋겠고, 박 원내대표도 빨리 복귀해서 산적한 현안을 비롯해 국회 정상화에 대해 같이 논의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15일 의원총회를 통해 세월호특별법 협상과정에 있어 ‘이완구 원내 체제’를 재차 전폭 지원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야당이 세월호특별법 처리 문제와 비상대책위원장 인선 문제 등을 두고 박 원내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등 내홍에 빠지면서 ‘야당’이 없는 반쪽 식물국회가 올해 말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새정치연합의 지도부 공백 상태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야당 일각에서는 비대위원장 중진 지명, 신임 원내대표 선출 및 비대위원장 겸임 체제 등 다양한 경우의 수를 놓고 물밑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정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만약 비대위원장 구성이 계속해서 지연될 경우 새정치연합은 조기 전당대회 논란에 휘말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정국은 파행이 최소 한두 달 이상 장기화되면서 여야를 포함한 정치권 전체가 연말까지 큰 혼란에 빠져들 공산이 크다.

세월호특별법 협상의 또 다른 축인 새누리당과 세월호 유가족 간의 회동도 재가동 여부가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다. 새누리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지금 유가족이 요구하고 있는 수사권·기소권 요구는 절대 응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유가족도 하나의 사실상 통일된 목소리를 내기에는 여러 세력이 섞여 있어 당으로서도 추가 회동을 갖고 논의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o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