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과 새누리당이 여당 단독으로라도 정기국회 의사일정을 진행하려는 데에는 더 이상 의사일정이 미뤄질 경우 정상적인 국회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올해부터 예산안의 자동 본회의 부의 조항이 시행돼 국회 ‘개점 휴업’ 사태가 다음주까지 계속될 경우에는 12월 초 내년도 예산안 처리 뒤 대정부질문과 국정감사를 진행하는 웃지 못할 ‘희비극’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정기국회는 9월 1일부터 12월 9일까지 100일간 열리도록 돼 있다. 이미 16일째 허송세월하고 있어 정기국회 회기는 84일 남았다. 그러나 아직 기본적인 의사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기국회는 통상적으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시작으로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예산안 심사 순으로 진행된다.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이틀, 대정부질문에 4∼5일이 소요되고, 30일 이내로 진행토록 돼 있는 국감은 통상적으로 20일가량 진행된다. 예산안 심사에는 최소한 3주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올해부터 예산안 및 세입예산안 부수 법률안(예산안 등)에 대한 본회의 자동 부의 제도와 예산안 등에 대한 무제한 토론 자동 종결 제도가 시행된다. 개정된 국회법 85조 3항은 ‘위원회는 예산안 등의 심사를 매년 11월 30일까지 마쳐야 하고 그러지 못했을 경우 그 다음 날(12월 1일)에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어 12월 초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되게 된다. 이에 따라 정의화 국회의장은 17일부터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시작하는 의사일정안을 내놓기도 했지만 이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무반응으로 무산됐다.

이에 새누리당이 새로 내놓은 ‘마지노선’이 26일 본회의다. 29일부터 정상적인 의사일정이 진행되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대정부질문과 국감 일정을 대폭 줄이는 경우에도 29일부터는 국회가 정상화돼야 12월 2일에 예산안을 상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는 대정부질문은 3일, 국감 기간은 17일로 축소하고 예산안 심사 기간도 최소한으로 잡은 것이다.

만약 이마저 계속되는 야당의 지리멸렬한 ‘무대응’에 물 건너갈 경우 국감 기간을 10일로 줄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행정부에 대한 국회의 감시라는 본연의 임무를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때까지도 국회 정상화가 안 될 경우는 정기국회에서 일단 예산안을 처리하고 12월 10일부터 12월 임시국회를 열어 12월 말에 대정부질문과 국감을 해야 하는 ‘희극’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예산안 심사와 입법이라는 국회 고유의 역할을 방기했다는 비판이 쇄도할 것으로 보인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