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모든 당직을 내려놓고 탈당한다면 당은 ‘대표직 승계자 부재’로 최대 한 달 가까이 아노미 상태에 빠져들 수 있다.

가장 큰 원인은 현행 정당법이나 새정치연합 당헌·당규에 따라 당 대표직을 위임받을 수 있는 유일한 당직인 원내대표를 맡았던 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에 추대되면서 둘을 겸직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동시에 ‘두 개의 대표’직에서 물러남으로써 이를 물려받을 사람이 없어지는 것이다. 당수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박 위원장 사퇴 전 새 비상대책위원장이 정해져 권한이 위임되거나, 의원총회를 열어 새 원내대표를 뽑아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당헌·당규 등의 해석을 놓고 계파 간 충돌이 빚어질 수도 있어 지도부 ‘진공 상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6일 새정치연합 관계자들에 따르면 임시 당대표이자 원내대표인 박 위원장이 탈당을 결심할 경우 당은 의결·집행·결정 기구가 없는 위기 상황에 빠지게 된다. 박 위원장은 현재 유일한 대표직 승계자이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 측은 “(박 위원장이 떠나면) 법적 공백이 생긴다”면서 “당이 그런 위험에 빠지는 것을 원치 않지만 (권한을 위임할) 후임 비대위원장을 어떻게 뽑을지 (당내에서) 아무런 의견이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하지만 계파별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상황에서 ‘합의된 새 비대위원장’을 탄생시키기도 어렵고, 새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되는 문희상·유인태·원혜영 의원, 이석현 부의장 등은 일찍부터 고사하거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박 위원장의 후임이 없을 경우 방법은 새 원내대표 선출이다. 원내대표 재선출까지는 원내수석부대표가 원내대표 직무를 대행하며, 1개월 이내에 원내대표를 선출해야 한다. 시급성을 감안해 의원총회에서 추대로 뽑힐 가능성도 있지만 그 절차가 녹록지 않다. 경선을 한다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한 당직자는 “경선관리위원회를 구성하는 5인은 당무위원회가 추천하게 돼 있는데 현재 당무위가 구성돼 있지 않다”며 “당연직인 국회부의장, 시도지사, 상임위원장 등으로만 구성해 추진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 당직자는 이어 “하지만 ‘반쪽 당무위’에 대해 문제를 삼는 목소리가 있을 수 있고 최악의 경우 당헌·당규 해석을 놓고 법적 다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당내에서는 박 위원장이 탈당을 결심한다 해도 당장 의원들의 ‘동조 탈당’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재선 의원은 “분당은 세와 세가 충돌해야 하는데 현재는 개별적으로 이익을 놓고 싸우고 있고, 바깥에 구심점이 될 만한 리더 그룹이 없다”며 “분당으로 가기엔 동력이 약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동반 탈당’이 ‘김한길 배후설’과 함께 제기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친노(친노무현)계가 소설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