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정의화 국회의장이 16일 여당 단독으로라도 상임위원회를 진행하고 오는 26일 본회의를 강행키로 결정한 것은 3주 동안 공전을 거듭해온 국회가 마침내 정상화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동안 정 의장은 “야당과 합의 없이 본회의를 열 경우 야당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전체 정기국회 일정이 망가질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본회의 강행을 거부해 왔다. 하지만 국회 해산론이 나올 정도로 할 일을 하지 않는 국회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은 데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세월호특별법 협상과 무관하게 당내 역학 관계 문제로 국회를 장기 보이콧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정 의장이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정 의장 측 핵심 관계자는 “정 의장은 그동안 야당을 배려해 여당 단독 본회의를 거부해 왔지만 현재 야당 상황이 복잡하게 돌아가면서 정기국회 공전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 의장도 인내심에 한계가 온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이날 새누리당이 제안한 운영위원회에 야당 측이 불참하면서 정 의장이 여당 단독 불사라는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정 의장은 이날 새로운 정기국회 일정을 마련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 의장은 ▲17∼18일 교섭단체 대표연설 ▲19∼25일 대정부질문 ▲26일 본회의 안건 처리 ▲29일∼10월 18일 국정감사 ▲10월 20일 예산안 시정연설 등을 제시한 바 있지만 새로 마련할 의사일정에선 이를 대폭 수정할 계획이다. 정 의장 측에 따르면 우선 야당의 참석 없이 진행되기 어려운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대정부질문을 대통령 시정연설 이후인 10월 말로 넘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이번주부터 여당 소속 상임위원장이 맡고 있는 위원회부터 가동을 시킨 뒤 26일 본회의를 개최해 본회의 처리 대상인 91개 민생법안을 처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도 본회의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새누리당은 정부가 요청한 민생경제법안 30개를 상임위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새누리당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계류 중인 북한인권법을 처리할 방침이다.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북한인권법과 관련, “선진화법에 규정된 패스트트랙에 걸어서 최대한 신속하게 본회의에서 처리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외통위의 상임위원장은 새누리당 소속 유기준 위원장이다. 최근 의원 정수 조정으로 새누리당 의원수가 5분의 3을 넘김에 따라 국회선진화법상 신속처리 대상 안건으로 지정될 자격을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 국회법 76조 3항 = 국회법 76조는 본회의 의사일정에 대한 의장의 권한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76조 3항에는 ‘회기 전체 의사일정의 작성에 있어서는 국회운영위원회와 협의하되,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때에는 국회의장이 이를 결정한다’고 돼 있다. 16일 국회 운영위의 의사일정 합의가 무산되고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의사일정을 정해 본회의를 소집하는 것은 이 조항에 따른 것이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