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北京)에서 9일 개막한 미·중 전략경제대화의 한반도 관련 의제는 ‘북핵’이다. 한반도 주변 역학질서를 이끄는 미·중 양국이 어떤 방향으로 주파수를 조율하느냐에 따라 북핵 대응논의의 지형과 흐름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번 전략경제대화에서 북핵문제가 ‘무게감 있게’ 다뤄질지는 불투명하다는 게 워싱턴과 베이징 외교가의 관측이다.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8일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논의될 북한문제와 관련, “미국과 중국, 또 6자회담 관련국들 사이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공은 아직 북한의 코트에 넘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그동안 북한이 먼저 국제규범을 준수해야 한다고 밝혀왔다”고 강조했다. 사키 대변인의 이 같은 언급은 6자회담 개최에 앞서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밝히고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안 등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역설한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는 전날 브리핑에서 미·중 양국이 다뤄야 할 국제·지역·양자 도전과제로 ▲우크라이나 ▲아프가니스탄 ▲이란 ▲한반도 비핵화 ▲해양 영유권 분쟁을 열거, 북한문제가 여러 의제 중의 하나임을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중국 매체들도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크게 주목하지 않고 있다. 환추스바오(環球時報)는 8일 위안화 환율 문제 등에서 미국과 논쟁이 예견된다고 하면서 북핵문제는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한반도의 핵문제를 포함한 지역 안보의제도 있다”는 식으로 간단히 언급했을 뿐이다.

이런 가운데 뉴욕타임스는 8일 중국이 수개월 전부터 북핵문제와 관련한 미국과의 실무대화를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가 지난 4월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내도록 압박하라고 주문하는 것을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이라고 주장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그러나 워싱턴 안팎에서는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 실패론이 부상하면서 어떤 형식으로든 북한과의 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이번 미·중 경제전략대화를 계기로 미세한 정책조정을 시도할 개연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워싱턴 = 이제교 jklee@munhwa.com
베이징 = 박선호 특파원 sh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