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3일 한·중 정상회담 때 한국 측에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 제안을 한 데 대해 중국 전문가들은 “절묘한 한 수”라고 평하고 있다. 그만큼 경제적으로는 물론이고 정치적 함의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AIIB 설립 배경에 그 함의가 잘 드러난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세계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의 국제금융 질서 속에서 자체 영향력을 키우는 것은 물론 대항마를 만들려고 노력해왔다. AIIB 설립 추진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 일본 등이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대한 대항마다.

ADB는 그동안 아시아 각 지역의 인프라 개발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해왔다. 개혁개방 초기 중국 역시 큰 수혜자였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경제력이 커지면서 ADB의 중국 지원은 크게 줄었다. 미국과 일본의 영향력 아래 있는 ADB는 오히려 중국의 발전을 견제한다는 게 중국 측의 입장이다. 실제 한국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몽고 등 4개국이 주도하는 동북아시아 지역 물류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ADB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시 주석은 지난 2013년 10월 중국의 AIIB 설립 추진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지도부가 최근 아시아 주요국 지도자들을 만날 때마다 상대국가의 참여를 권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AIIB 설립은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매체들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국가들과 한국을 포함해 16개국이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중동지역의 국가들도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AIIB 설립 자금은 대부분 중국에서 나올 것으로 알려져 있다.

AIIB 설립에 한국이 참여할 경우 중국은 아시아 지역에서 더욱 독보적 경제적 지위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동북아 지역에서 정치적 영향력 확대라는 부가효과도 있다.

베이징=박선호 특파원 sh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