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주도적으로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만들어질 경우 중국은 ‘세계 1위의 무역대국’이라는 지위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회원국을 늘리면서 본격적인 ‘경제 영토’ 확장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지난 3월 1일 홈페이지에 올린 발표문을 통해 “중국이 2013년 세계 제1의 화물(상품) 무역대국이 됐다”고 선언했다. 중국 상무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사무국의 1차 통계 자료를 인용하면서 지난해 중국의 상품무역 전체 규모는 4조1600억 달러이며, 수출은 2조2100억 달러, 수입은 1조9500억 달러를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5월 현재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9481억 달러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2위인 일본(1조2839억 달러)보다 2조 달러 이상 많은 압도적인 세계 1위 국가다.

중국이 세계 1위의 무역대국이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다는 것은 AIIB가 설립될 경우 중국이 회원국들에게 베풀 수 있는 자원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옛말이 국제경제질서에서도 예외가 아니라는 뜻이다.

중국이 주도하는 AIIB가 설립될 경우 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미국 중심의 국제경제질서(브레턴우즈 체제)를 대체하는 첫 번째 국제경제관련 기구가 된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2차대전 직후 미국은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을 만들어 국제경제질서를 구축하는 한편, 대륙별로 별도 기구도 만들었다. 아시아에서 미국·일본 주도로 만든 아시아개발은행(ADB), 미주의 미주개발은행(IDB), 유럽의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아프리카의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이 급부상하기 전에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었던 일본도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이 같은 시도를 한 적이 있다. 일본은 당시 자본금 1000억 달러 중에서 500억 달러를 단독 부담하겠다며 ‘아시아개발기금(AMF·Asia Monetary Fund)’ 구상을 내놨으나 미국의 반대로 포기했다. 미국과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군사·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혈맹국’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다르다.

한국의 경우 교역 규모가 가장 큰 나라가 중국이다. 이에 따라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본다면 AIIB 가입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미국과 정치·군사·안보 측면에서 동맹 관계를 맺고 있고, 당장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분단국가’라는 특수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 고민거리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