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연일 중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구상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미 국무부의 젠 사키 대변인은 8일 AIIB 설립과 관련, “분명히 넘어야 할 문턱(bar)이 있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사키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미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지역 인프라 투자와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AIIB는 아직 존재하지 않으며 분명히 넘어야 할 문턱이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미국이 AIIB에 대해 이같이 수차례 회의론을 피력하면서 한국이 창립회원국으로 참여하는 것에 반대하는 이유는 중국 주도로 새로운 동북아 질서가 형성되는 상황과 이에 한국이 편입되는 것을 크게 우려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키 대변인은 이어 “세계은행(WB)과 ADB는 높은 수준의 지배구조와 환경 및 사회적 안전망, 조달, 지속성 측면에서 상당 수준을 유지해 왔으며 수십년간의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지역 내 인프라 개발과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추가로 공공·민영·다자 개발은행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새로운 개발은행이 기존 금융기관들을 어떻게 보완하고 가치를 더할 수 있는지를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거듭 회의론을 내비쳤다.

이에 앞서 시드니 사일러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담당 보좌관도 지난 7일 “(중국이 추진하는) AIIB가 WB나 ADB가 가진 지배구조와 환경 및 사회적 안전망, 조달 측면에서 엄격한 기준을 구현할 수 있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동남아 순방 중 AIIB 설립구상을 처음 밝혔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3일 서울에서의 한·중 정상회담 때 한국의 AIIB 가입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공식제안했다.

워싱턴 =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