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서 패소하면서 합법노조 지위를 상실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항소의 뜻을 밝힌 가운데 상고까지 고려하면 판결 확정은 1년 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전교조가 문제의 규정을 바꿔 정부에 다시 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는 이상 1심 판결을 뒤집거나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20일 법원에 따르면 전교조는 판결문 송달일로부터 14일 이내 항소할 수 있다. 항소장이 제출되면 서울고법은 행정부에 사건을 배당하고 통상 같은 재판부에서 법외노조 통보 효력 정지를 위한 집행정지 신청도 함께 심리하게 된다. 전교조가 항소장 제출 전 집행정지 신청을 먼저 하려면 1심을 심리했던 서울행정법원에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1심을 담당했던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 반정우)가 아닌 다른 재판부에서 사건을 심리하게 된다. 하지만 전교조가 패소 판결을 받은 1심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고법은 선고에 앞서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결정을 먼저 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1심 재판부는 전교조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바 있지만 항소심 법원은 이미 1심 판단이 내려진 상황이기 때문에 인용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앞서 집행정지는 본안 판단 전에 노조 활동에 제약을 가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에서 내려졌다면, 항소 법원의 결정은 이미 1심 판단이 중요한 잣대가 되기 때문에 받아들이긴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항소심 본안 소송에서도 쟁점은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전교조가 정부에 허위 규약을 제출한 점, 해직자가 1명이라도 가입해 있을 경우 합법노조로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확정된 점 등을 감안하면 1심 재판부는 해석 차원이 아니라 법리를 근거로 전교조에 대해 패소 판결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따라서 항소심에서도 1심 판결을 뒤집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심에서 항소가 기각되더라도 전교조는 상고하면서 집행정지 신청을 또 낼 수 있다. 하지만 2심까지 판단이 내려진 상황이라면 인용될 가능성은 역시 희박하다. 본안 소송의 경우 대법원은 사실심이 아닌 법률심인 만큼 1·2심에서 법리를 다툰 부분에 대한 판단만 내리게 된다. 대법원은 지난 4월 해직자 82명을 둔 전국공무원노조의 설립 신고를 거부한 정부 결정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