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를 비롯해 ‘6·13 개각’ 등으로 교체가 예정된 8개 부처 장관 인사가 늦어지면서 국정이 장기 표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예산의 집행과 주요 정책 집행은 물론 부처 내 보직 및 간부 인사 등이 중단되고, 이에 따라 통상·인사·조약·민생정책 등이 줄줄이 차질을 빚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 경제 운용 및 내년도 예산 편성 방향 등 경제 정책뿐 아니라 교육·사회 분야의 주요 정책들이 리더십 부재로 표류하고 있으며, 각 부처 인사도 꽉 막혀 있어 행정공백 상태를 초래하고 있다. 여기에 국회마저 원구성이 지연되면서 국정 표류를 부추기고 있다.

20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2014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가 제때에 시행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원래 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은 하반기가 시작되기 전인 6월 말, 늦어도 7월 초에는 해야 하지만 올해는 인사가 지연되면서 늦어지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이 다음 주에 국회로 넘어간다고 해도 물리적으로 오는 7월 중순에나 발표가 가능하다.

각종 민생 경제정책도 방향을 잃은 채 흘러가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합의한 보유 주택 수에 상관없이 월세 임대소득 연간 2000만 원 이하 주택임대소득자에게는 14%로 분리 과세하고, 200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 종합 과세하는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은 언제 발의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최 지명자가 완화 방침을 밝힌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도 기재부와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가 협의를 통해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는데 모두 멈춰진 상태다.

규제 완화 정책도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 사회부총리를 겸하게 된 교육부는 조직 개편이 불가피하지만 아직까지 관계부처와 협의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정보원도 3급 이상 인사가 한 달 이상 지연되는 모양새다.

인사 지연에 따른 ‘행정 공백’도 심화되고 있다. 지난 5월 김경욱 국토부 철도국장이 청와대 국토교통비서관으로 이동하면서 철도국장이 한 달가량 공석인 상태다. 기재부에서는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세정책을 총괄하는 관세정책관이 무려 8개월이나 공석 상태다.

이처럼 국장급 이상 고위직 관료들이 자리를 비우고 있는 곳이 기재부와 국토부, 보건복지부 등 9개 부처에 2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한은 부총재의 공석으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면서 완성된 회의를 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국가재정법 개정으로 내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하는 시점이 오는 9월 23일로 예년보다 약 10일 앞당겨졌다. 더욱이 세월호 침몰 참사를 계기로 내년 예산부터는 재난·안전 예산을 별도로 발표키로 해 기재부 예산실과 정부 각 부처가 예산 협의 과정에서 논의할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조직법 개편에 따른 새로운 장차관들은 아직 임명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다. 내년 예산을 과연 제때 제출할 수 있을지, 제출한다고 하더라도 곳곳에서 ‘부실’이 드러나지나 않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해동·현일훈·김영주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