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부터 시행된 대학자율화 정책이 지나치게 ‘운영의 자율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정작 근본 취지인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는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대학규제 개혁에서 이 같은 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덕난 국회 입법조사관은 9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대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와 한국고등교육정책학회 주최 포럼에서 ‘대학규제 개혁정책의 성과와 과제’ 발표를 통해 “대학자율화 정책이 지나치게 운영자율화에만 집중해 부작용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 조사관은 현재까지 시행된 정부의 대학자율화 정책과제 70개를 분석했다. 이 결과 ‘학칙보고서 폐지’ 등 행정 간소화와 대학 효율성 제고를 위한 것이 52개(74.3%)로 가장 많았다. 반면, 교육의 질을 제고할 수 있는 과제는 1건(1.4%)에 불과했으며, ‘외국대학과의 교육과정 공동운영 자율화’ 등 대학의 국제경쟁력 향상을 위한 과제는 4건(5.7%)에 그쳤다.

이 조사관은 “대학기관의 자율성 외에 학문의 자율성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대학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학문연구의 자유를 통제하는 원인을 조사해 이번 대학규제개혁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학규제개혁 관련 조사 대상에 대학의 중요한 구성원인 일반교원과 학생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발표된 ‘대학현장에서 본 대학규제의 문제점과 개혁 과제’ 보고서에서는 일반 4년제 67개 대학을 대상으로 가장 시급하게 여기는 대학 규제 개혁 분야를 조사한 결과 ‘대학재정(33.4%)’ 개혁을 원하는 대학이 가장 많았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