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 실종자 수색 작업이 막바지 국면에 접어들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 ‘애도 정국’ 속에 목소리를 낮춰 온 야권이 국정조사와 특별검사제 추진을 내걸고 대여 공세를 본격화하기 시작한 데다 반(反)정부 성향 진보단체와 일부 좌파세력이 ‘분노의 조직화’를 시도하면서 온·오프라인에서 ‘정권 퇴진’과 ‘대정부투쟁’을 선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유족들과 아픔을 같이 하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며 대안을 찾겠다는 다짐은 확실히 하면서도 유족들을 악용하는 일부 세력의 진영논리에 입각한 ‘불순한’ 의도만큼은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9일 오전 청와대에서 긴급민생대책회의를 주재하는 한편, 향후 대국민 담화 등의 형식으로 밝힐 국가개조 구상을 구체화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최근 소비가 줄어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이런 상태를 방치하면 서민경제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상황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2년간 침체 국면을 지나 이제 조금 형편이 나아질 만한데 여기서 우리가 다시 주저앉게 된다면 서민들의 고통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국가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일수록 민생을 챙기는 데 더욱 적극적으로 정부가 나서서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 여권은 한편으로는 정부 당국의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행태가 초래한 국민적 분노가 반정부 정치세력의 선동과 결부될 경우 ‘제2의 촛불 사태’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 또한 갖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에 따라 향후 적절한 시기를 잡아 대국민담화 등 공개적인 형식을 통해 참사와 관련한 대국민 사과의 뜻을 재차 밝히고 국가 재난대응 시스템 개혁 방안과 ‘관피아(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 등 공직사회의 비정상적 관행 척결을 골자로 한 국가개조 구상도 내놓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사 전후 정부 당국의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대처로 악화된 여론이 반정부 세력의 정치공세와 맞물릴 가능성은 박 대통령과 여권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008년 당시의 촛불사태와 같은 일이 재연될 경우 박 대통령의 국가개조 및 적폐 청산 구상이 정치공방에 휩쓸려 표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끝까지 진정성을 갖고 사고 수습에 매진하고 야권이나 반정부 성향 단체 등의 공세와는 선을 긋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참사 희생자 가족 등이 이날 새벽부터 청와대 인근에서 시위를 벌인 것과 관련해 청와대가 “순수한 유가족의 요청에 대해서는 그 말씀을 듣겠다”고 입장을 정리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