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실종자 가족 및 유족들의 국민적 아픔을 대정부투쟁과 정권퇴진 운동으로까지 연결하려는 일부 세력의 정치선동이 노골화하고 있다.

일부 지식인과 재야·시민단체, 정치인 등은 9일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 “분노를 참지 말자”며 대정부투쟁을 선전선동하는 글을 올리는가 하면, 그룹 이메일 등을 통해 “청와대 앞으로 모이자” “박근혜 하야” 구호를 전파하는 등 도를 넘는 정권 흔들기를 시도하고 있다.

진보적인 시민단체로 구성된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이날 “박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청와대 인근 앞에서 (시위 진압) 경찰에 의해 위험물질 다루듯이 막무가내로 가둬져 있다”고 주장하며 “청와대로 와 달라”는 총동원령 자료를 배포했다. 정치선동 동영상을 게시해 논란을 빚었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이날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또다시 글을 올려 “조합원들은 가만히 있지 말라. 10일 안산 촛불집회에 참여하라”고 독려했다. 야권인사인 문성근 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통치 스타일 ‘박정희2.0’은 파산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날 청와대 인근에서 박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시위를 한 유가족 대열 뒤쪽으로는 ‘5·8 청와대 만민공동회’ 회원들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이 이명박정부 광우병 파동 당시 ‘촛불정국’이 조성된 것 같은 ‘정권 흔들기’로 갈 수도 있다는 점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시민사회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무능력과 무대책에 대해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를 정치투쟁화하려는 것은 사회 불안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바람직한 정책과 대안을 함께 찾아가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신율(정치외교학) 명지대 교수는 “진영 논리에 갇혀 공격 수단으로 세월호 참사를 이용하려 하면 결코 해결책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 걱정과 분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게 얼마나 큰 잘못인가 하는 점을 국민 여론이 일깨워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가족들도 이번 사건을 정치투쟁으로 이용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이날 오전 청와대 인근에서 박 대통령 면담을 요구한 한 유가족은 “아이들이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 걸 절대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남석·고서정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