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 규제보다 3배가량 많은 지방정부 규제개혁이 더욱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박근혜정부 들어 규제 증가 폭은 과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지만, 규제 건수는 줄어들지 않고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19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규제 증가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등록 규제 건수는 1만5269건으로 1년 전에 비해 380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증가한 규제 건수 380건은 이명박정부에 비해서는 대폭 줄어든 수치다. 2010년 512건, 2011년 665건, 2012년 807건 등 2010∼2012년 신규 등록 규제는 매년 증가세를 보였으나,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증가 폭이 크게 둔화하고 있는 것이다.

규제 건수는 줄고 있지만 ‘강한 규제’ 비중은 증가하고 있고, 규제 1건당 규제 강도 역시 소폭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강한 규제란 인가·허가·면허 등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고, 시험·검사·인정 등이 필요한 ‘강한 기준’을 가진 규제를 말한다. 강한 기준의 규제 비중은 2012년 34.9%에서 지난해 35.1%로, 사전 승인이 필요한 강한 규제의 비중은 2012년 55.0%에서 지난해 55.2%로 소폭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지난해 8월 현재 경제적 규제의 강도(2.50점)가 사회적 규제(2.47점)나 행정적 규제(2.14점)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경제적 규제의 강도가 높아 기업인 등이 고통 받고 있는 현실을 방증하는 수치로 풀이된다.

또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 ‘비중요’ 규제의 비중이 90% 수준에 육박했고, 중앙공무원 1000명당 규제건수도 2009년 21.2건에서 지난해 24.8건으로 증가 추세를 유지했다.

보고서는 또 중앙정부의 등록규제보다 3.3배 많은 지방자치단체의 규제를 개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장은 “광역자치단체에 단체장 직속으로 ‘광역시도 규제개혁위원회’를 신설해 5만여 개에 달하는 지자체 등록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