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가 대통령이 말하는 ‘암 덩어리’로 전락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대형마트 납품 농가 및 중소기업 관계자·시민단체 및 학계 전문가 등)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20일 열리는 규제개혁장관회의를 하루 앞두고 정작 오랫동안 사회적 논란을 빚어온 대표적인 규제인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가 논의 대상에 올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자 농민·시민·학계 등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이대영 한국유통생산자연합회 회장은 19일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의 실질적인 피해는 납품하는 농어민과 중소기업이 받고 있는데도 규제개혁 논의 대상에서 정작 제외한 것으로 보여 한탄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규제로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이 살아나면 모르겠지만 기대했던 효과는 거의 없는 것 같다”면서 “정부가 순기능보다는 역기능만 초래하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의 실태부터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통생산자연합회는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농가·중소기업 등에 종사하는 200만 명이 모인 단체다.

김준봉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회장은 “현재 피해를 호소하는 농업인들의 문제 제기와 민원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만큼 규제 효과 검증이 우선”이라며 “이해 당사자인 농업인들이 당장 신선식품 판매 저하, 물류보관 비용부담 등으로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지자체에 공문까지 발송하면서 피해 당사자인 농업인들도 같이 참여해 허심탄회하게 토론하고 싶다고 면담을 요청하고 있지만 외면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대통령이 20일 끝장토론을 하신다는데, 정말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선 역시 사회취약계층인 농민들만 피해를 보는 부조리를 바로잡아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2011년 기준 10개 도연합회, 172개 시·군연합회, 1500개 읍·면연합회에 총 12만 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김진국 컨슈머워치 대표는 “규제개혁을 추진해도 큰 것은 건드리지 않고 마이너한 민원만 해결해서는 진정한 규제개혁이 이뤄질 리가 없다”며 “동반성장이나 경제민주화라는 성역은 그대로 내버려두려는 기본 철학이 바뀌지 않는 이상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경제가 성장 동력을 얻기도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규제가 암 덩어리라고 대통령이 규정하셨으면 대형마트 규제도 당연히 문제가 있는지 진찰을 꼭 해봐야 한다”며 “대형마트 규제로 일부만 반사이익을 얻고 성장 동력을 상실하는 등 문제점이 많은데 저항 때문에 큰 것은 건드리지 않고 쉬운 것만 해결하려고 해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지난 10년 동안 1조 원이 넘는 돈이 투입됐고, 대형마트까지 의무휴업하게 했는데도 효과가 별로 없었다면 이제 냉정하게 재평가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관범·최준영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