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파업사태 당시 정부가 화물연대 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만든 낡은 규제로 전국 1만3000여 명의 영세 자영업자인 택배기사가 사실상 범죄자로 전락해 있습니다.”(택배업계)

19일 국토교통부 및 물류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1만3000여 명의 택배기사가 자가용 차량으로 택배 물건을 배달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택배기사는 모두 위법행위를 하고 있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자가용 차량으로 돈을 받고 물건을 배달하는 경우 모두 법을 위반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현행법은 화물 운송이 가능한 차량을 영업용 번호판을 단 차량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 문제는 화물연대가 2004년 화물보다 트럭이 많다면서 파업을 하자 정부가 신규 영업용 번호판 발급을 중단하면서 발생했다. 택배 물량은 홈쇼핑·전자상거래 시장의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2008년 10억 개에서 2013년 15억 개로 50%나 급증했으나 영업용 차량 증차는 사실상 막혀 있어 불법 자가용 택배 차량이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2012년 자가용 택배차량 신고포상금제를 도입하자 생존권에 위협을 느낀 택배기사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는 이에 못 이겨 지난해 7월 1만1192대의 자가용 차량을 택배차량으로 전환할 수 있게 했으나 여전히 자가용 택배차량은 1만 대를 웃돌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해 들어서야 2011년 시장 상황을 감안해 택배 허용 자가용 차량 대수를 정한 것이어서 현실과 괴리가 크다”면서 “수년 새 늘어난 택배 물량도 수억 개에 달해 현재 1만3000여 명의 택배기사가 여전히 자가용 차량으로 불법 영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화물차량 증차 심의위원회를 열고 올해도 증차를 추진키로 했으나 허용 대수를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물류업계는 이에 대해 “주로 공장이나 건설 화물을 운송하던 1960년대에 만들어진 법으로 신유통시대의 총아인 택배업종을 규제하려다 보니까 심각한 괴리 현상이 생기고 있다”면서 “택배법을 따로 제정해 영세 자영업자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택배업종을 창조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