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로 인한 손실이 규제에 따른 이득의 10배에 달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규제개혁장관회의가 하루 앞으로 임박한 가운데 규제를 할수록 농민·중소기업 등의 손실이 커지는 대형마트 규제 및 전국 1만3000여 명의 택배기사를 범법자로 만들고 있는 화물차량 증차 억제 규제 등 민생관련 규제현안을 논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9일 학계 및 산업계 등에 따르면 연세대 경제학부의 정진욱·최윤정 교수팀이 2012년 대형마트 및 기업형슈퍼마켓(SSM) 업계의 의무휴업 규제적용 상황을 전제로 분석한 결과, 월 손실이 8250억6000만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규제로 인해 대형마트 등의 매출은 2797억 원이 감소하고, 납품업체의 매출은 1942억 원이 줄며, 소비자 편익은 3436억 원 등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반면 전통시장 등과 여기에 납품하는 협력업체의 매출은 각각 525억 원과 418억 원 증가하는 등 규제 이득은 861억3000만∼953억3000만 원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규제가 해마다 강화되고 있어 이 같은 상황은 갈수록 심화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통업계가 체감하는 손실은 더 크다. 유통업계는 의무휴업 규제 등의 여파로 대형마트 7개사와 SSM 5개사의 연간 매출액과 고용인력이 각각 3조2000억 원, 1만3000명 감소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로 인해 대형마트 납품 중소기업은 연간 1조5000억 원, 농민은 연간 1조 원 가량의 매출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택배업계는 2004년 화물연대 파업 사태 때 타협의 결과로 생긴 영업용 화물차 증차 제한 규제로 인해 영세 자영업자인 1만3000여 명의 택배기사가 자가용 차량을 여전히 불법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한 차례 증차를 허용했으나 전자상거래·홈쇼핑 등의 성장으로 인한 폭발적인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여전히 자가용 차량으로 불법영업을 하는 택배기사 수가 엄청나다는 얘기다. 조동근(경제학) 명지대 교수는 “정부가 민생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규제를 먼저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관범·최준영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