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이해 때문에 자국 정보기관 요원의 실명을 공개하는 게 옳은 일일까. 국민의 알 권리 충족으로 이해해야 할까, 아니면 기밀 누설을 통한 국익 훼손으로 봐야 할까.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조작 의혹을 놓고 정치권이 중국 선양(瀋陽) 주재 총영사관에 근무하는 국가정보원 직원 이모 씨의 이름을 공개해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는 대의는 일치하지만, 정보요원의 실명이 무방비로 공개돼야 했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미국의 경우 정보요원의 신분을 노출할 경우 중범죄로 형사처벌을 받는다.

지난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 심재권 민주당 의원은 관련 사건에 대해 조백상 주 선양 총영사에게 질의하는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인 이 영사의 실명을 언급했다. 같은 당 정청래 의원도 “이○○ 영사가 국정원 대공수사국 요원인데 알았냐”고 물었고, 이 영사의 전임자 이름까지 거론했다. 심 의원은 24일에도 선양 총영사관 직접 조사 계획을 밝히면서 이 영사 이름을 또다시 거론했다. 홍성규 통합진보당 대변인 역시 23일 이 영사의 실명을 언급하며 즉각 소환 조사를 촉구했다.

항간의 여론은 ‘알 권리’와 ‘국익’이 충돌하는 양상을 보인다. 하지만 의혹의 규명이 국익의 훼손으로까지 연결되는 것까지는 막아야 한다는 데에 더 무게가 있는 듯 보인다. 조직 자체가 법외에 있는 이스라엘의 모사드나 담당 기관장의 이름조차 공개하지 않는 영국의 MI6는 논외로 하더라도, 의회 존중의 역사적 전통이 강한 미국의 경우에도 정보요원 공개는 형사처벌을 받는다. 이라크전쟁을 비난한 조지프 윌슨 전 이라크 대사를 공격하기 위해 그의 부인인 발레리 플레임이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이라는 사실을 누설했던 ‘리크 게이트’의 경우 닉 체니 부통령의 측근이었던 스쿠터 리비 부통령 비서실장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해외 근무 경험이 있는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해외에 근무할 때 외교관 신분인 화이트든, 신분을 숨긴 블랙이든 해당국에 신원을 공개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