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출발 12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리는 남북 고위급 접촉에 참석하기 위해 남측 대표단 일행이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를 나서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배광복 통일부 회담기획부장, 홍용표 청와대 통일비서관, 손재락 총리실 정책관, 김도균 국방부 북한정책과장. 정하종 기자 maloo@munhwa.com

북한이 지난달 이른바 ‘중대 제안’을 발표한 데 이어 7년 만의 남북 고위급 접촉을 먼저 제안하고 나선 것은 남북관계 개선을 탈출구로 삼아 국제적인 ‘고립무원’ 상태에서 벗어나 보겠다는 시도로 읽힌다. 지난해 제3차 핵실험 이후 한·미 동맹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제재가 지속되는 데다 마지막까지 ‘기댈 언덕’이었던 중국과의 관계마저 소원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청와대와 핫라인을 구축, 남북관계 개선으로 나아갈 경우 남측 시민단체와 언론의 ‘최고 존엄’에 대한 비방이 줄어드는 등 체제 유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계산도 북한을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런 면에서는 북한의 지금과 같은 ‘평화 공세’가 ‘위장 평화 공세’가 아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12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핵 개발과 경제 개발의 병진노선을 추진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자금 조달이 중요한데, 현재로서는 남 측 말고 다른 데서 이를 기대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정은체제의 북한이 3차 핵실험 등 도발 수위를 높여 가는 전략을 펴왔지만 한국과 미국이 미동도 하지 않고 있는 데다 중국마저 등을 돌린 게 북한을 다급하게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중국이 최근 들어 북한과의 관계를 혈맹의 시각에서 보지 않고 보통국가 간의 관계로 보면서 유엔 제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국제사회 의무의 성실한 이행을 북에 촉구하는 것이 북 정권으로 하여금 어떤 식으로라도 변하게 만든 동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북 측이 이번 고위급 접촉의 상대로 청와대를 곧바로 지목한 점은 이 같은 국제사회의 움직임이나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유동열 치안정책연구소장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고모부인 장성택 처형 이후 나빠진 대외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남북대화에 적극 나서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나아가 보다 근본적으로는 북 측의 이번 제안이 체제 유지를 위한 절박한 선택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북한 체제의 실존적 위기의 원천이 진실 즉 정보의 유통이며, 이를 통한 주민들의 자극과 민심 이반 등이 일어날 때 정권의 안정을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있다는 것이다. 북 측이 키리졸브 연습 등 한·미 연합군사연습 중단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북한의 대화 제의가 결국 도발을 위한 명분 축적용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오남석·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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