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고위급 접촉에서 남북 당국은 당면 현안인 이산가족 상봉 행사(2월 20∼25일)를 합의대로 원만히 진행하기 위한 방안을 기본으로 하되 각자 우선시하는 사안들을 의제로 풀어놓고 폭넓은 대화를 나눌 것으로 보인다.

남북 모두 지난 2007년 이후 7년 만에 성사된 고위급 접촉을 일회성 대화가 아닌 한반도 해빙으로 가는 모멘텀으로 살려 나갈 태세이지만, 관계 개선을 위한 방법론에서 입장차가 워낙 커 양측이 어느 정도 성과물을 도출해낼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이날 접촉에서 남과 북은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기로 함에 따라 정부는 신뢰 기반의 첫 단추인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원만히 진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본격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생사 확인’이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이어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피살 사건, 천안함 폭침 사건 등에 대해 북 측에 ‘납득할 만한 조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각각 금강산 관광 중단 및 5·24 대북제재 조치의 원인이 된 이들 사안을 정리하지 않고서는 보다 적극적인 관계 개선에 나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본격적인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안정을 위해서는 북한의 비핵화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를 전제로 DMZ 평화공원 조성, 유라시아 대륙철도 연결 등 보다 과감한 조치뿐 아니라 북한의 개혁·개방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방침 등을 밝힐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북 측은 지난달 이른바 ‘중대 제안’ 이후 지속적으로 남 측에 요구해 온 ‘한·미 연합군사연습 중단’과 ‘최고 존엄에 대한 비방 중단’ 등을 다시 한번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전쟁 위협 등을 명분 삼아 키리졸브 연습 등 한·미 연합군사연습 중단을 재차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이산가족 상봉 행사와 금강산 관광 재개, 5·24 조치 해제 등을 한꺼번에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 당국자는 “북 측이 여러 제안을 다 해 올 가능성을 열어 놓고 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