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출발 12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리는 남북 고위급 접촉에 참석하기 위해 남측 대표단 일행이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를 나서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배광복 통일부 회담기획부장, 홍용표 청와대 통일비서관, 손재락 총리실 정책관, 김도균 국방부 북한정책과장. 정하종 기자 maloo@munhwa.com

북한은 주민들을 동요시킬 남측의 대북선전전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고, 체제 사수의 절박감에 남측에 고위급 접촉을 제의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북한은 실제로 12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고위급 접촉에서 남측의 대북선전활동 중단 등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중대제안’과 관련한 남북 간 합의를 최우선적으로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제1위원장 신년사 발표 이후 북한 국방위원회가 지난 1월 16일 남측에 제시한 ‘중대제안’ 3개항 중 제1항으로 상호 비방·중상을 중지하자고 제의했던 것도 이 때문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온다. 이번 제안에서 북측은 접촉 대상으로 청와대를 지목해, 중대제안의 틀 안에서 남측을 압박하면서 남북관계를 주도해 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정은 체제의 운명은 북한 주민들에 대한 효과적인 진실 차단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면서 “북한이 비방·중상 중단에 매달리는 이유는 대북심리전을 한·미연합군사연습보다 더 무서워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천 이사장은 “지금 북한에서는 최고존엄을 사수하고 김일성 교리를 수호하는 것이 민생보다 더 시급한 과제”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북한이 체제 사수를 위한 절박감에서 남측에 먼저 회담을 제안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북한은 정부 당국자들의 북한 관련 언급과 언론매체의 보도를 심각한 위협수단으로 보고 있다. 앞서 북한 국방위는 중대제안에서 “(남한) 당국자들 자신부터 입건사를 잘하고 언론매체들을 관계개선 분위기 조성에로 이끌어 조선반도 전역에 화합과 단합의 열풍이 일게 하여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남측 수석대표인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새로운 한반도를 여는 기회를 탐구하는 열린 자세와 마음으로 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의제와 관련, “저희로서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합의대로 잘 될 수 있는 데 중점을 두고자 한다”고 밝혔다.

방승배·박세영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