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열린 남북 고위급 접촉은 북 측이 청와대를 파트너로 콕 집어 요구함에 따라 김규현 국가안보실 1차장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이 수석대표로 나선 점이 특징이다.

북한 역시 남북관계 전문가로 알려진 원동연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나섰다. 과거 남북 고위급 접촉이나 회담이 대부분 통일부와 통전부가 대화의 파트너였던 점을 감안하면 과거 ‘통(통일부)·통(통전부) 라인’이 ‘청(청와대)-통 라인’으로 바뀌는 셈이다.

남북 간 주요 회담에서 통일부가 수석대표를 맡지 않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직계라인이 주제를 제한하지 않고 직접 접촉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이날은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한 지 정확히 1년이 되는 날이다.

그러나 유화공세 이후 도발을 해 온 전례를 볼 때 성과를 예단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앞서 지난 2009년 10월 이명박정부 당시 대통령 최측근이던 임태희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양건 통전부장이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비밀회동을 했으나 무산된 뒤 그 다음 해인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부가 공식 명칭을 ‘회담’이 아닌 ‘접촉’으로 결정한 것 역시 성과나 합의 도출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겠다는 의중이 담겨 있다.

김 차장은 외교부 차관 출신으로 남북회담 경력이 없으며 지난 4일 NSC 업무를 시작한 뒤 8일 만에 남북대화 테이블에 데뷔하게 됐다. 그는 1980년 외교관 생활을 시작해 북미 1과장과 북미국 심의관, 주미공사 등 대미 외교라인을 두루 거치며 직업 외교관의 길을 거친 미국통이다. 북측 단장을 맡은 원 부부장은 김양건 통전부장을 잇는 남북관계 2인자로 회담 베테랑이다. 김일성종합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한 원 부부장은 지난 20여 년간 남북 간 주요 회담과 접촉에 참여해 왔다.

이 밖에 북 측에서는 김성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부장과 남북회담 경험이 많은 전종수 조평통 서기국 부국장, 국방위 서기실 정책부장인 리선권 대좌(대령급)가 대표단에 포함됐다. 남 측에서는 홍용표 청와대 통일비서관과 손재락 총리실 정책관, 김도균 국방부 북한정책과장, 배광복 통일부 회담기획부장 등이 합류했다.

박세영 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