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자 속에서도 성과급 잔치를 벌여 여론의 지탄을 받은 지방 공기업들이 직원들에 대한 과도한 복지 혜택 제공으로 재정난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3일 바른사회시민회의(바른사회)가 공개한 35개 지방 공기업에 대한 분석 결과, 노사간 단체협약이 불합리한 복리후생이나 수당 인상, 경영권 침해 행위 등을 지속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정부 지침 무시한 혜택 퍼주기 = 안전행정부는 지방 공기업 예산편성 기준과 지방 공기업 설립·운영 기준 등을 발표하면서 지방 공기업의 예산이나 직원들의 복리후생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지방 공기업들은 정부 지침에 아랑곳하지 않고 노조 측에 유리한 조항을 단체협약에 다수 포함시키고 있다. 실제로 지방 공기업 예산편성 기준은 ‘사용 촉구에도 불구하고 사용하지 않은 휴가에 대해서는 보상할 의무가 없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서울메트로나 서울도시철도공사 등 10개 지방 공기업 노사는 미사용 연차일수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또 정부는 ‘업무수행과 직접 관련 없는 해외출장 경비 편성 및 집행 억제’를 규정하고 있으나 일부 지방 공기업은 ‘해외연수(배낭여행) 연 200명으로 확대 시행’ ‘매년 해외선진지 견학 또는 해외 배낭여행 실시’ 등의 조항을 노사 협약에 포함시켰다.

일부 지방 공기업은 직원 본인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퍼주기식 복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자녀 입학시 기념품 지급’이라는 조항을 규정하고 있고 또 다른 지방 공기업은 직원과 배우자의 부모가 회갑 및 칠순을 맞을 경우 꽃바구니와 함께 20만 원의 경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일부 공기업은 직원의 고모(부)·이모(부) 및 외숙부모 사망시에 유급휴가(1일)를 제공하는 곳도 있었다.

◆ 재정난에 허덕이는 지방 공기업 = 바른사회가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최근 5년간 58개 주요 지방 공기업의 재정 상태를 조사한 결과, 부채 규모가 2008년 31조6614억 원에서 2012년 52조2207억 원으로 64.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 역시 2112억 원에서 5712억 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해 2012년 기준 58개 지방공사 중 22곳이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른사회 관계자는 “지방 공기업이 각 지방자치단체 재정건전성 악화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지만 무리한 주장을 굽히지 않는 노조와 쉬쉬하기에 급급한 경영진의 이면합의 탓에 과도한 복지 혜택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