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지방공기업들이 정부의 예산편성 지침을 어기고 직원들에게 정년퇴직자 위로관광, 배우자 고용승계 등의 과도한 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불합리한 조항들을 노사 협약에 대거 포함시켜 재정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관련기사 5면

3일 바른사회시민회의(바른사회)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경영권이 독립된 전국 58개 지방공기업 중 노동조합이 결성된 35개 공기업의 노사 협약 내용을 분석한 결과, 안전행정부의 ‘지방공기업 예산편성기준’ 등의 지침을 크게 벗어나거나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복지 조항이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른사회 측에 따르면 서울도시철도공사 노조의 경우 단체협약을 통해 ‘정년·명예퇴직자에게 기념품 지급 및 위로관광 실시’ 조항을 규정하고 있다.

대구도시철도공사는 단체협약에 ‘조합원이 업무상 재해로 사망·퇴직했을 경우 배우자, 직계비속 중 1인 우선채용’이라는 조항을 포함시켜 고용세습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또 일부 지방공사 가운데는 업무성과나 심사 결과에 관계없이 직급 최저 승진소요연수를 두고 노조원에 대한 자동승진 혹은 그에 상응하는 대우수당 지급을 단체협약에 규정하기도 했다.

경영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조항을 단체협약에 포함시킨 경우도 적지 않았다. 서울농수산식품공사와 부산교통공사, 김대중컨벤션센터 등은 단체협약에 ‘공사는 조합이 교섭하는 유일한 노동단체임을 인정한다’는 조항을 넣어 복수노조를 원천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