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지면서 각 기업들이 경제위기 속에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비상이 걸렸다. 특히 야근이나 주말근무가 잦아 인건비 지출이 상대적으로 많은 제조업이나 건설업 등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 영향으로 ‘성과 연봉제’로 전환하는 기업들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미국, 독일, 일본 등 자동차 선진국에 비해 생산 효율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온 자동차업계는 이번 판결로 부담이 배가됐다. 월 통상임금의 750%를 연 정기 상여금으로 지급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전체 임금 총액에서 정기 상여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20%에 달해 추가 비용 부담이 막대할 것으로 보고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SK그룹의 제조업 계열사와 현대중공업 등도 통상임금 판결로 인한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본급을 올리고 수당을 줄이는 대신 직무 성과에 따라 상여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향으로 갈 것 같다”면서 “비용 손실을 줄이기 위해 연구·개발비용과 고용을 축소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수년 째 이어지고 있는 부동산 경기침체로 적자구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건설업계도 속이 타는 건 마찬가지다. 현장근무가 대부분인 건설업계의 경우 각종 수당이 전체 임금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추가 비용 지출이 불가피하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불황으로 광고비 삭감은 물론 신입사원도 거의 뽑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통상임금까지 늘어나면 건설업체들은 더 이상 버텨낼 재간이 없게 된다”면서 “임금체계는 물론이고 현장 인력도 대폭 줄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석유화학업체들도 법무팀과 인사팀을 중심으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한 정유업체 관계자는 “통상임금 범위 확대로 인해 수십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안 그래도 업계가 불황인데 경영환경이 더욱 어려워지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판결로 비용부담 최소화를 위해 정기 상여금 비중이 거의 없는 ‘성과 연봉제’로 전환하는 기업들도 대폭 늘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물산의 한 관계자는 “성과 연봉제를 채택한 삼성의 경우 큰 영향이 없다”면서 “임금체계 손질이 불가피한 만큼 연봉제 전환속도도 빨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