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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엔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원·엔 환율이 5년 2개월 만에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다.

아베노믹스를 내세운 일본이 양적완화를 고수하는 반면, 미국은 양적완화 축소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어 향후 원·엔 환율은 더욱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우리나라로서는 부담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9일 한국은행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원·엔 환율은 지난 28일 100엔당 1037.76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2008년 9월 12일(1032.20원)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엔 환율 하락 속도는 최근 들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한 달 사이 원·달러 환율은 0.13% 하락한 데 비해 원·엔 환율은 4.76%나 떨어졌다.

이는 일본이 미국 등 다른 주요국에 비해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사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 엔저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탓이다.

또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흑자 행진을 지속하는 것도 원화 가치 상승(환율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10월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95억1000만 달러로 종전 최고치였던 올해 5월(86억4000만 달러)보다 8억7000만 달러나 많았다. 경상수지 연속 흑자 기록은 21개월로 늘어났다.

문제는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 시기를 가늠하는 것과 달리 일본은 양적완화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어 원·엔 환율은 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원·엔 환율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정화탁 동부증권 연구원은 “원·엔 환율이 1100원 이상에서는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1000원 이하에서는 일본 기업의 경쟁력이 누적적으로 높아진다”면서 “내년에는 일본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