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방공식별구역(CADIZ) 선포를 계기로 동북아 각국이 영공·영해 분쟁에 빠져들면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미국·중국 3각 공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북한이 제4차 핵실험 준비를 마치고 영변 핵시설까지 재가동했다는 징후가 포착되는 등 심상찮은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이어서, 국제 공조 약화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는 양상이다. 최근 동북아의 긴장은 국제법상 구속력도 없는 방공식별구역 문제에서 촉발됐지만, 실질적으로는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을 둘러싼 중·일 갈등이 원인이 됐다는 점에서 쉽게 해결될 성질이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29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중국이 지속적으로 댜오위다오 문제를 제기해 왔고 대일 압박을 높여왔기 때문에 이번 논란이 단기간에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더욱이 그 이면에 미국의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중국의 ‘신형 대국굴기’, 일본의 ‘적극적 평화주의’ 등 3국 외교·안보 전략의 충돌이 자리 잡고 있는 만큼 갈등의 범위와 깊이가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때문에 ‘한·미·중 3각 공조를 통한 북한의 변화 유도’를 축으로 한 박근혜정부의 대북 구상이 난관에 봉착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민관이 함께 하는 이른바 ‘1.5 트랙’ 방식으로 한·미·중 3각 공조의 출발 테이프를 끊은 정부는 향후 차원과 단계를 높여가겠다는 방침이지만, 미·중이 정면 충돌할 경우 무위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미·중 3각 공조는 머지않은 시기에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의 심상찮은 동향 때문이다. 아마노 유키야(天野之彌·사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북한이 영변 원자로 시설을 복구해 재가동에 들어갔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백승주 국방부 차관은 지난 15일 새누리당 북핵안보전략특위 회의에 참석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남쪽 갱도는 언제든 핵실험을 할 여건이 돼 있으나, 다만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징후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취지로 보고, 북한이 4차 핵실험 준비를 마쳤음을 시인한 바 있다.

한편 남북은 29일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남북공동위원회 산하 통행·통신·통관(3통) 분과위원회를 열어 3통 개선 논의를 재개했다. 3통 분과위가 개최된 것은 지난 9월 13일 이후 77일 만이다. 회의에서는 개성공단 재가동 당시 연내에 도입하기로 합의한 전자출입체계(RFID) 구축 방안, 인터넷 및 이동전화 제공, 통관시 선별검사 등의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워싱턴 =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