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일 갈등의 해결이 미국의 중요한 국익이라고 규정하고 과거사 문제 등에 대해 한국과 일본 양국 정부 사이에서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미국은 한·일 갈등 해결을 위해 일본 정부측에 협력관계 구축에 나서도록 독려하고 한국 정부도 이에 응하도록 촉구할 계획이다.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은 오는 12월 1∼8일 한·중·일 3개국 순방에서 이 같은 해결 방안을 한·일 양국 정부에 제시할 방침이어서 위안부 강제동원,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앞으로 일본 정부가 어떤 행보로 나설지 주목된다.

27일 미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바이든 부통령의 한·중·일 3개국 순방에 앞서 가진 언론 매체들과의 콘퍼런스 콜(유선 설명회)에서 최근의 한·일 과거사 갈등과 관련해 “미국은 한·일 양국의 갈등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밝힌 뒤 “바이든 부통령은 미국의 친구이자 동맹국들인 두 나라가 차이점을 좁혀나가고 갈등을 해결하는 데 있어 도움을 주는 것이 미국의 중요한 국익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악관 고위당국자의 이 같은 언급은 중국파워가 점증하는 동북아 지역에서 한·일 갈등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한·미·일동맹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어 “바이든 부통령은 일본에 20세기로부터 남겨진 과거 이슈들과 민감한 문제들을 처리하기 위해 주변국들과 협력에 나서도록 독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당국자는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일본의 이웃국가들에도 (일본의) 긍정적인 움직임에 대해 화답할 것(to reciprocate any positive moves)을 촉구한다”고 밝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내각이 먼저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며 협력관계 구축에 나설 경우 박근혜정부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특히 “미국의 일관된 입장은 어떤 당사자도 상대방에게 문제를 야기하는 행동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한·일 양측에 자제를 거듭 촉구했다. 그는 또 “우리가 주목해야 할 단어는 자제와 인내, 민감성”이라면서 “이것은 중재가 아닌 상식으로 미국의 최선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한·일 양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갖추고 지역 및 글로벌 영향력을 가진 두 개의 국가”라면서 “한·일 관계는 중요하면서도 뿌리도 깊어 종종 긴장이나 마찰로 이어져 미국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 =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