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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발표된 예산안 및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은 박근혜정부의 복지정책이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음을 보여준다. ‘증세 없는 복지’가 불가능한 현실에서 주요 복지공약의 수정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박근혜정부의 핵심 복지공약이었던 기초연금의 수정 궤도는 공약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그대로 보여준다. 대선 당시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20만 원을 주기로 했던 공약은 현재 정부안에서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10만~20만 원을 차등지급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대선 당시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는 2014~2017년 4년간 60조3000억 원의 돈이 들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지난 2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소득과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연계해 4만~20만 원을 차등지급하는 안으로 내용을 수정했다. 관련 예산도 44조3000억 원으로 16조 원이나 줄었다. 이후 국민행복연금위원회를 통해 정부는 다시 공약 수정을 예고했고, 최근 인수위 안보다도 축소된 기초연금 도입계획을 내놓았다. 관련 예산은 4년간 39조6000억 원으로 추산됐다. 박 대통령 취임 7개월 만에 기초연금 예산은 절반 수준으로 축소된 셈이다.

박근혜정부의 또 다른 복지공약인 4대 중증질환(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질환) 보장성 강화도 여전히 공약 축소 논란에 휩싸여 있다. ‘100% 보장’이라는 공약 문구에 따라 3대 비급여(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가 포함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정부는 항암제 등 필수 의료항목에 대해서만 보장성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내놓고 3대 비급여는 제외했다. 여기에도 향후 4년간 9조 원이 추가로 투입된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3대 비급여에 대한 해결방안을 추가로 마련키로 했지만 재원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0~5세 무상보육도 재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보육료와 양육수당 지원에만 박근혜정부 5년간 5조3000억 원이 추가로 드는데, 여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부담이 빠져 있다. 지자체는 재원 마련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정부 국고보조금 비율을 현 50%(서울은 20%)에서 70%로 늘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내년 보육·양육수당 예산을 지난해(3조3754억 원)보다 8200억 원 늘어난 4조1973억 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국고보조금 비율을 10%포인트만 올릴 수 있는 액수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