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6일 기초연금 공약 후퇴와 관련해 유감 입장을 밝히자 정치권은 ‘실망한 노심(老心)’을 잡기 위한 공세를 폈다. 민주당은 기초연금 공약 축소 이슈 부각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하고 노인 동원 규탄대회 등을 열며 ‘산토끼(비지지층)’인 노년층의 지지를 끌어오기 위한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에서는 공약 변경에 대해 사과하며 ‘집토끼(지지층)’인 노년층 지키기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24시간 비상국회 운영본부 회의’에서 “재정을 핑계거리로 삼는 건 더 큰 거짓말”이라며 “국무회의에서의 입장 표명이 아니라 대국민 사과담화가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 원내대표는 “재정은 공약을 호언장담하던 작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 변한 건 오직 대통령의 생각과 의지 뿐”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기초연금 이슈를 통해 정국반전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대선 이후 국가정보원 이슈 등이 여야 공방 양상으로 진행되던 것에서 벗어나 공세로 전환하는 한편, 민주당이 절대적 열세를 보였던 50대 이상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어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기초연금 공약 이슈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발표한 새해 예산안에 대해서도 ‘3포(공약 포기·민생 포기·건전재정과 젊은이들 꿈 포기) 예산’이라며 공세를 이어갔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기초연금 공약 후퇴에 대해 사과하며 사태의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 질책을 받을 일이 있으면 그것이 아무리 따가워도 겸허히 받을 것”이라며 “여당으로서 국민에게, 특히 어르신들께 기대하신 대로 다 드릴 수 없게 된 점 대단히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공약 파기’ 비판에 대해서는 “무차별적 선동을 자제해달라”면서 “민주당은 공약 파기, 국민 무시, 사기 등의 말로 비판할 자격이 없고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화종·윤정아 기자 hiromat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