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에 대한 내란음모 사건 수사에 들어가자 민주당이 통진당과의 거리두기에 나섰다. 민주당은 통진당이 참여하는 촛불집회에 불참키로 하는 등 장외투쟁 노선을 전면 수정키로 했다. 국정원 개혁 목소리가 힘을 잃게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장외투쟁 출구전략에 대한 민주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29일 “30일 부산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 참가하지 않고 전남에서 별도 행사를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당초 부산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 참석할 계획이었지만, 내란음모 사건을 고려해 전남도당 이전 행사에 맞춰 전남에서 별도의 집회를 여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관계자는 “전남 행사가 당의 공식 행사이기 때문에 지도부는 물론 의원들도 전남 행사에 참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부산 집회 이후의 촛불집회 참석 여부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는 촛불집회를 주도해온 ‘시국회의’에 통진당이 적극 참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통진당과의 선긋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종북논란’에 휩싸인 통진당과 행보를 같이하는 것으로 비쳐질 경우 국정원 개혁 등을 요구하고 있는 민주당의 장외투쟁도 정치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다른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국정원 개혁 문제에 대해 야당이라는 이름으로 (통진당과) 함께 가는 것도 부담스러웠다”며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굉장히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외투쟁 출구전략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한길 민주당 대표 간의 회담 문제가 형식과 의제를 놓고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내란음모 사건이 발생하면서 국정원 개혁 목소리가 힘을 잃을 가능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대비 의원 워크숍에서 “어떤 경우에도 국회의원이 국회를 포기하고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다만 여당이 자의적으로 짠 일정에 끌려 다니지는 않고, 우리 의도를 최대한 실릴 수 있는 국회 일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기국회 개회 후 곧바로는 아니더라도 여당과 의사일정을 협의한 후 정기국회를 소화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워크숍을 통해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향후 계획을 결정할 방침이다. 김 대표는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깜짝 놀랐다. 이제까지 알려진 혐의가 사실이라면 용납할 수 없는 충격적 사건”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부터 1박2일 일정으로 강원 홍천군의 한 리조트에서 ‘경제 튼튼, 민생 탄탄’을 주제로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 전원이 참석하는 연찬회를 개최했다. 새누리당은 이번 연찬회에서 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 방안 등 민생 문제를 집중 논의해 민주당의 국회 복귀를 압박할 계획이다.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방학이 끝나면 학생이 학교에 가는 것이지 선생님이나 학교 당국이 무슨 인센티브를 주고 학교에 나오라고 하는 것은 우스운 것 아니냐”며 “민주당이 정기국회에 들어오는 것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의무사항”이라고 말했다.

조성진·박수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