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지 만 하루가 훌쩍 지나도록 집행조차 못하고 있다.

이날 이 의원이 오전 10시 35분쯤 의원실에 모습을 드러내며 곧 집무실에 대한 압수수색과 이 의원의 신체영장이 함께 집행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압수수색 범위를 둘러싸고 국정원과 이 의원 측 간 합의에 이르지 못해 오전 11시 30분까지도 대치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법 집행도 못하게 하는 입법부의 현장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셈이다.

이 의원이 의원실에 모습을 드러내자 의원회관 5층에 자리 잡은 이 의원의 사무실 인근은 국정원 관계자 20여 명과 통진당 관계자 수십여 명에 취재진까지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오전 11시 30분 현재까지도 국정원 관계자 4명과 이 의원은 집무실에서 영장의 범위에 대해 한 시간가량 논의하고 있다.

국정원 측은 의원실 전체에 대한 압수수색임을 밝힌 반면, 이 의원 측은 28일에는 영장의 범위가 이 의원의 집무실과 보좌관 책상에만 국한됐었다며 맞서고 있는 상태다.

의원실 밖에서 대기 중인 통진당 관계자들 역시 수색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수시로 향후 대응 방향을 논의하는 모습이었다. 상당수는 긴장한 표정이었지만 일부 당 관계자들의 경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국정원은 28일 오전 8시부터 이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이 의원 측이 의원의 입회 하에 집무실에 들어갈 수 있다며 맞서 만 하루 넘게 집무실에는 접근조차 못했다.

다만 보좌진들의 컴퓨터에서 압수수색 대상에 해당하는 파일만 추출했을 뿐이었다. 통진당 당직자들과 오병윤·김재연·김선동 의원실 관계자들은 이 의원이 모습을 나타낼 때까지 24시간이 넘도록 집무실 앞에 간이의자를 두고 ‘인의 장막’을 치는 등 법 집행을 막는 모습을 보였다.

현일훈 기자 o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