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잠적 하루 만에 모습을 드러내 “혐의 내용 전체가 날조”라고 주장했다. 불체포 특권을 가진 현역 국회의원 신분을 이용해 수사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의원단 연석회의에 참석해 ‘혐의 내용이 날조라고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국기문란 사건의 주범인 국가정보원이 진보와 민주세력을 탄압하고 있다”면서 “유사 이래 있어 본 적이 없는 엄청난 탄압책동”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탄압이 거셀수록 민주주의의 불꽃은 더 커질 것”이라면서 “정의와 민주주의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덧붙였다.

전날 국정원 직원들이 자신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서자 종적을 감췄던 이 의원은 하루 만에 모습을 드러내 혐의사실을 전면 부인한 것이다. 이는 국회 동의 없이는 현역 의원인 자신을 체포할 수 없다는 점을 활용해 수사에 정면 대응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이 의원에 대한 체포가 언제 이뤄질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월 임시회는 회기가 이달 30일까지고, 다음 달 2일부터 정기국회가 개회된다. 사건을 수사 중인 국정원은 비회기 기간인 이달 31일과 다음 달 1일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이 의원 신병을 확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정원이 이 시기에 이 의원 체포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정원이나 검찰이 정기국회 개원 이후에 이 의원 체포에 나설 경우에는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아직 변수가 많아 체포 동의안 처리 가능성을 점치기는 이르지만, 범죄 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경우 동의안에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정해진 절차에 의거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경우에도 통진당과의 선 긋기가 필요한 상황에서 이 의원을 보호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성진·윤정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