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담록 폐기 가능성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부인했다. 국가기록원에서 일부러 안 찾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남북정상회담 당시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이었던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은 18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청와대 보관 회담록을 폐기할 것이었다면 국가정보원에 보내지 않았어야 하지 않느냐”며 폐기 의혹을 일축했다. 김 본부장은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서 (회담록을) 못 찾은 것으로 봐야 한다”며 “기록원에서 여기에 대해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은 “회담록은 안보실에서 최종 정리한 후 ‘이지원(e知園)’ 시스템을 통해 대통령에게 보고됐다”며 “이지원을 통해 보고가 이뤄지면 이지원 안에 문서가 계속 남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지원 시스템에 있는 문서 등 자료와 시스템 자체를 통째로 국가기록원에 넘겼다”며 “기록원에서는 이지원과는 다른 시스템으로 관리해서 못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노 전 대통령은 문서로 보고할 경우 파기될 가능성이 있으니까 이지원을 통해 보고를 하도록 했다”며 “기록원이 방법을 강구해서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봉하마을 대표를 맡고 있는 김정호 전 청와대기록관리비서관은 국가기록원에서 일부러 안 찾고 있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비서관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이지원 시스템의 기록물들은 다 그대로 컴퓨터에 저장돼 누가 중간에 조작을 할 수가 없다”며 “못 찾고 있거나 고의로 회피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진위가 가려지면 정치적으로 불리한 측에서 기술적인 문제를 이유로 (못 찾는 것을) ‘검색어를 치면 안 나온다. 없는 게 아니냐’ 이런 식으로 호도하는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지원 시스템에서는 문서들이 서로 연동돼 키워드로 쉽게 검색할 수 있지만, 국가기록원에서는 키워드를 분리하고 시스템을 연동하지 않아서 찾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전 본부장은 국가기록원 이관 후 이명박정부에서 자료가 폐기됐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하면서도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그는 “정치적인 쟁점이 되는 중요한 부분만 훼손했을 개연성은 있으나 이것도 전자기록이기 때문에 흔적이 남기 때문에 만약 수사를 하게 되면 훼손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