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담록’과 ‘녹음파일’ 등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취지 발언의 진위를 가려줄 기록물들이 국가기록원에서 발견되지 못하면서 노 전 대통령 임기 내 회담록 폐기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당장 여권에서는 “회담록 폐기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진행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고 친노(친노무현) 측과 민주당 내에선 “이명박정부가 폐기했을 것”이라고 맞서면서 노무현·이명박정부 간 폐기 공방으로 비화되고 있다.

18일 복수의 증언과 전문가의 분석 등을 종합해 보면 현재로선 이명박 전 대통령 임기 중 폐기됐다기보다 노 전 대통령 재임 기간 내 폐기됐을 가능성이 더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진다. 만약 이 같은 가능성이 실제 팩트로 확인될 경우 친노 측은 ‘회담록 폐기 사실을 알고도 회담록 공개를 주도한 게 아니냐’는 해석과 함께 ‘대국민 기만극을 펼쳤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친노 핵심 세력들은 정치생명까지 위협받는 중차대한 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회담록 공개 추진 작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어떤 집단에 의해서 폐기 지시가 내려진 것이라면 그 집단은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며 “현 상황은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선 것으로 여권 입장에선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검사나 또 다른 국정조사를 벌여야 할 판”이라고 밝혔다.

열람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새누리당 의원도 “민주당 측은 현재 ‘기록원이 확보한 자료만이라도 열람하자’는 입장이고 새누리당 측은 ‘진상 규명이 우선’이라는 생각”이라면서 “더 큰 미스터리는 친노 쪽에서 회담록이 파기된 사실을 알고도 열람하자고 주장을 한 것인지 여부”라고 했다. 당의 한 핵심 지도부는 “노 전 대통령 측이 폐기를 주도했는지 안 했는지를 떠나 폐기 사실을 알고 공개를 주도했다면 이는 친노의 정치생명이 끝날 수 있는 국민기만쇼”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친노 등 민주당 측은 폐기보다는 국가기록원이 아직 회담록을 찾지 않았을 개연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한 폐기됐다고 하더라도 이는 전적으로 이명박정부의 의도적 폐기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추가로 찾아서라도 이 기록물이 없는 게 확인되면 이건 분명히 민간인 사찰을 은폐해온 점이나 국정원 댓글의 폐기와 조작의 소위 경험에 비춰서 삭제와 은폐 전과가 있는 전임 이명박정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김만용·윤정아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