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학부모·교사 모두 행복하지 않은 게 우리교육 현실”

이미지 크게보기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2일 정부서울청사 내 장관 접견실에서 장관 취임 이후 변화된 것에 대해 이야기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정하종 기자 maloo@munhwa.com

서남수 교육부 장관

서남수(61) 교육부 장관은 선생님을 ‘성직자’라고 불렀다. 사람의 영혼에 영향을 주는 사람이 성직자라면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영적 감화를 줘 그 인생을 고양시키는 선생님은 당연히 성직자라는 것이다. 교육부 장관에 올랐으니 교육계의 핵심 축인 교사를 배려하기 위한 ‘립 서비스’는 아닐까. 이어지는 서 장관의 말이 습성처럼 고개를 드는 기자의 의구심을 지그시 눌렀다. “개성에서 서울로 피란 와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서 9남매 중 4명을 대학에 보낸 부모님도 기적 같은 일을 해내셨지만 그런 가정형편의 학생을 사랑으로 가르쳐준 선생님들이 아니었으면 지금 이 자리에 있지 못할 것입니다. 나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성공한 수많은 사람들은 은사님들 덕분에 성공한 것입니다. 특히 5월이 되면 선생님들이 생각납니다.”

사실 경력만 보면 서 장관은 ‘교육의 A to Z(모든 것)’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은 철학과를 나왔지만 교육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갖고 있고 교원자격증에 교생실습 경력도 있다.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1980년부터 30여 년간 교육부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것은 물론, 일선 교육행정기관인 교육청에서 부교육감을 맡기도 했다. 교육부 차관에서 물러난 뒤에는 대학 석좌교수 등을 거쳐 대학 총장을 역임하는 등 교육과 관련된 거의 모든 분야를 섭렵했다. 그런 그가 정부 수립 이후 교육관료 출신 첫 장관에 올랐으니 교육계의 신화로 불릴 만하다. 실제로 인터뷰를 위해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난 서 장관은 젊은 공무원들에겐 이미 새로운 희망이었다. 서 장관은 이날 자신의 첫 교육부 보직(기획담당관실 행정사무관)과 같은 보직을 맡은 여성 사무관을 만나 ‘30년 후엔 내 자리(장관)에 올 것”이라고 격려했는데 이 모습을 지켜보던 공무원들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인터뷰가 시작되자 서 장관은 다시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을 앞세웠다. ‘교권을 존중하는 것은 선생님을 떠받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한 것’이라는 평소 지론과 함께. 이어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교육의 세 주체인 학생·교사·학부모가 모두 행복한, ‘진짜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누구보다 우리 교육에 대한 이해가 깊으리라고 생각되는데, 우리 교육에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이나 주시겠습니까.

“점수로 평가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다만 우리 교육은 명암이 뚜렷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경제기적을 이뤘을 뿐 아니라 전 세계 교육사에서 전무후무한 교육기적을 이뤄 냈습니다. 우리처럼 짧은 기간에 초등학교에서 대학에 이르는 공교육 체제를 탄탄하게 구축한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급속한 국가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도 교육을 통해 훌륭한 인재를 배출했기 때문입니다. 국제적으로 비교평가하더라도 우리 학생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 교육을 칭찬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전체적으로 큰 성취를 이뤘지만 정작 교육 당사자인 학생·학부모·교사 한 사람 한 사람을 살펴보면 누구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국가나 사회에 기여하는 교육보다는 교육 당사자들이 행복할 수 있는 교육을 추구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꿈’과 ‘끼’를 살리는 교육이 돼야 합니다.”

―실제로 과거의 주입식 교육은 창의적이고 선도적인 인재를 요구하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우리 교육이 산업사회에 맞는 교육으로서는 성공을 거뒀습니다. 선진국에서 구축된 교육시스템을 배워 경제와 민주 발전에 기여하는 인재를 키웠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경제 분야에서도 모방형이나 추격형에서 벗어난 창의적이고 선도적인 ‘창조경제’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창의인재가 나와야 할 시점입니다. 억지로 하는 공부, 시험을 잘 보기 위한 공부, 수단이 되는 공부에서 벗어나 즐겁게 배우고 잠재력과 희망을 키워 주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교육의 화두로 ‘꿈’과 ‘끼’를 설정한 것은 적절하다고 봅니다. 꿈과 끼를 키워 주는 방안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자유학기제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학생들이 시험 위주, 입시 위주 교육에 매몰되다 보니 명문대에 들어가거나 법학전문대학원에 들어간 이후에야 내가 걸어온 길이 과연 내 적성에 맞는지를 회의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사실 우리 학생들은 학교를 다닐 때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지 않습니다. 어느 방향으로 뛸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열심히 뛰다가 뒤늦게 이 방향이 맞나 하고 회의를 하는 셈입니다. 이래서는 소위 성공했다는 사람들도 행복할 수 없습니다.”

―중학교 단계에서 자유학기제를 실시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초등학생일 때 꿈은 다소 막연하고, 중학생쯤 되면 꿈이 영글기 시작해 어느 정도 구체성을 띤다고 봅니다. 그래서 중학교 한 학기 동안 다양한 체험을 통해 적성을 찾고 삶의 방향을 모색하게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자유학기제는 공부를 시키지 않겠다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공부는 당연히 열심히 해야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공부가 인간적 성장에 도움이 되고 평생 살아가는 데 보탬이 되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현재의 공부는 시험만을 위한 공부여서 시험을 본 뒤에는 다 잊어 버립니다. 이제 제대로 된 공부를 해야 합니다. 직장생활을 잘하려면 지적 능력도 중요하지만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협동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인생을 멋지게 살려면 건강하면서 심미적 혜안도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 학교 교육은 이런 분야에 대단히 취약합니다. 예술이나 체육 분야에 대한 교육도 충분히 이뤄져야 합니다. 우리 시대에는 다소 간과됐던 인성교육, 창의력을 키워 주는 교육으로 우리 교육의 방향 전환을 이루는 것이 제 꿈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체육교육을 대단히 중시하고 있습니다.

“체육교육은 단순한 체력훈련이 아니라 인성교육의 핵심입니다. 운동경기를 하면 룰을 지키면서 준법의식을 배우게 됩니다. 또 팀플레이를 통해 상대를 존중하고 협력하는 법을 배웁니다. 운동경기는 백전백승이 불가능한 만큼 선수들은 패배한 이후에 다시 승리하기 위해 노력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성공과 좌절의 순간이 수없이 반복되는 인생에서 좌절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얻게 됩니다. 또 운동경기를 통해 결과에 승복할 줄 하는 자세를 배웁니다.”

―그러나 현행 대학입시제도에서는 초·중·고 과정에서 인성교육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입시제도에 대한 오해가 있습니다. 입시 위주 교육에서 벗어나려면 대학입시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게 그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 입시제도를 바꾸든 학생들이 가려는 대학이 정해져 있는 이상 경쟁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입시제도가 바뀐다고 대학문이 넓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시제도를 개선하려는 것은 입시를 ‘입시만을 위한 입시’가 아니라 ‘교육과정 자체를 의미있게 만드는 입시’로 바꾸기 위한 것입니다. 현재 입시 위주의 교육 풍토에서는 학생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교 교육이 왜곡되고 사교육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입시 부담을 줄여야 합니다. 입시제도가 너무 복잡한 것도 큰 부담이 되는 만큼 개선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입시제도가 자주 바뀌는 것에 대해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불안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입시제도 개선도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올해 입시는 이미 발표된 계획에 따라 흔들림 없이 갈 것입니다. 개선돼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느끼지만 흔들지 않고 갈 계획입니다. 내년 이후에는 어느 선까지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 검토 중인데 종합적인 개선방향은 8월쯤 나올 예정입니다.”

―대입과 관련한 철칙으로 통하는 3불 정책(기여입학제·본고사·고교등급제)은 변경될 가능성이 있습니까.

“기여입학제는 헌법에 위배되기 때문에 교육부 정책이 아니더라도 허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헌법에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한 교육 기회를 갖는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돈이 많다는 이유로 대학을 갈 수 있는 제도는 안 된다는 겁니다. 더구나 소수 명문대에 대한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경제적 요인을 반영하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용인될 수 없다고 봅니다. 본고사의 경우 논란이 계속돼 허용과 금지를 되풀이했습니다. 그런데 본고사를 치를 경우 명문대의 입시문제가 고등학교 교육과정보다 월등히 어렵게 출제되기 때문에 고교 교육 정상화 차원에서 곤란하다고 봅니다. 고교등급제는 고교 평준화 정책과 관련돼 있습니다. 만약 등급제를 허용하면 등급 높은 명문고에 가기 위해 중학생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학교 교과과정도 입시 위주로 바뀌게 됩니다. 결국 3불 정책은 한국 교육의 고질적인 문제와 연관돼 있습니다. 따라서 변경문제는 어떤 것이 우리 교육의 앞날을 위해 바람직하냐는 차원에서 국민여론을 수렴해 결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명박정부에서 본격화된 고교 다양화 정책이 고교등급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고교 다양화 정책의 목적에 대해서는 공감합니다. 산업사회에서는 특정 유형에 맞춘 교육이 적절했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인재들을 요구하는 정보화 시대로 넘어오면서 획일적인 교육체제는 한계를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학생들의 다양한 소질과 적성을 키워 줄 수 있도록 고교 교육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수직적 다양화는 곤란합니다. 고교 교육이 특목고, 자사고, 일반고, 특성화고의 순으로 서열화되면 다시 고교입시 문제가 불거집니다. 따라서 고교 다양화를 추진하되 수평적 다양화를 이뤄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선행학습 규제를 공약으로 제시했고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 제출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선행학습을 법규로 규제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공부를 하는 데 예습이 필요하듯이 선행학습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교육과정은 아이들의 발달단계에 맞게 짜여 있습니다. 그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선행학습은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 범위를 넘어서서 미리 공부를 해야 유리한 시험들이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어쩔 수 없이 교과과정보다 앞서 공부하도록 강요받는 게 문제입니다. 따라서 상급학교 학생 선발시 하급학교 교과과정을 넘어서는 부분에서 문제를 출제하거나 학교 내부 시험에서 역시 교과과정을 넘어서는 부분을 출제하는 것을 규제하자는 것이 선행학습 금지의 기본 골자입니다.”

―현실적으로 선행학습은 사교육에서 가장 심각하기 때문에 사교육 분야에서 선행학습을 규제하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학교 시험이나 입시에서 선행교육을 유발하는 요인이 없어지면 선행학습 수요가 줄어들고 사교육에서도 선행학습이 줄어들 것입니다. 기술적으로도 학원 수가 엄청나게 많아 일일이 규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신중론도 있습니다. 국회의 입법과정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적절한 방안이 결정될 것이라고 봅니다.”

―대학입시제도와 관련해 대학들은 보다 폭넓은 자율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공직을 마무리하고 대학 강단에도 서보고 대학 총장도 맡아 봤기 때문에 대학의 자율성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대학의 본질적인 속성 중 하나가 자율성입니다. 정부가 아무리 대학 관련 정책을 내놔도 대학이 공감하지 않으면 규제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자율이란 ‘자기 맘대로 하는 자유’가 아니고 ‘스스로를 규율’하는 것입니다. 대학들이 국민적·사회적 요구에 따라 스스로 규율하면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 관계가 가장 바람직합니다. 그런데 대학이 공공성·책무성을 도외시하고 대학의 이기적인 목적만 추구하면 정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학입시, 대학등록금 등 우리 국민이 고통스러워하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규제보다는 대학이 스스로 사회적 요구에 맞춰 자율적으로 책무성이나 공공성을 추구하고, 정부는 그런 대학을 적극 지원하고 보호하며 자율성을 보존해 주는 게 선진국형 교육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평가를 통해 일정 대학을 반강제로 퇴출시키는 현행 대학 구조조정에 대해 논란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대학 구조조정의 필요성에는 공감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방식이 적합했는가는 재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양적 지표 중심으로 대학을 평가하고, 상대평가에 따라 대학을 줄 세우는 부분은 개선돼야 합니다. 세계적으로 양적 지표로만 대학을 평가하는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이제 질적 평가가 필요합니다. 물론 대학 교육에 질적인 문제가 있을 때는 당연히 퇴출돼야 합니다.”

―교원평가는 현행 기조를 유지할 것입니까.

“교원평가에 대해서는 국민 대다수가 지지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교육 여건에서도 열심히 노력하는 훌륭한 선생님들이 많습니다. 사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만큼 교원 수준이 높은 나라도 없습니다. 교대나 사대에 입학하기가 워낙 어렵고 교사임용고시는 더 어렵기 때문에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선생님이 30만 명에 달하기 때문에 그중에는 문제가 있는 사람이 없을 수 없고 그래서 질의 관리가 필요합니다. 질 좋은 쌀밥을 지었다고 하더라도 밥 속에 돌멩이가 10개쯤 들어 있으면 그 밥을 먹을 수 없지 않습니까. 교원평가를 통해 징계 대상은 아니지만 학부모가 불만을 가진 선생님들에 대해서는 연수를 통해 다시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 전체적인 교원 수준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교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일정 정도 평가가 이뤄져야 합니다. 교원평가는 퇴출시키고 고통을 주려는 목적이 아니라 업그레이드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각 교육감들과 협의를 거쳐 평가제도를 더욱 발전시키고 국회와 논의해 법적 기반을 확실하게 마련할 것입니다.”

―반값 대학등록금 문제는 어떻게 풀어 가실 생각이십니까.

“대학등록금이 일반 국민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높아진 게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양당 모두 등록금 부담 완화를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반값등록금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논란이 없지 않지만 정부가 국민에게 약속한 것이기 때문에 약속을 지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재정이 많이 들어가는 사안이라 기획재정부와 계속 협의하고 있습니다.”

―교육부 공무원들로서는 내부 사정을 너무 잘 아는 사람이 장관으로 와서 피곤해하지 않습니까.

“제 생각일지 모르지만 대체로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부처는 이미 내부 출신 장관을 배출했는데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만 그동안 내부 출신 장관이 없었습니다. 제가 그 당사자가 될 줄은 몰랐지만 그 같은 아쉬움을 덜 수 있게 돼 좋습니다. 교육부 공무원들이 ‘우리도 전문성을 갖추면 (장관이 될) 가능성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고무된 측면도 있고 더 열심히 하자는 분위기도 형성돼 그런 에너지를 모아 일을 통해 기대에 부응하려 합니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과학기술 분야가 떨어져 나가 교육부로 환원됐는데 아쉬운 점은 없습니까.

“교육과학기술부 체제에서는 교육과 과학기술 간의 협업이 이뤄져 시너지 효과를 거둔 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무리가 많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교육부는 정부 부처 중 가장 큰 부처입니다. 우리나라 공무원 규모는 지방 공무원까지 합쳐 100만 명 수준인데, 그중 교육공무원이 30만 명에 달합니다. 예산도 정부 부처 중 가장 많습니다. 학생수가 1000만 명이고 학부모까지 포함하면 3000만 명 이상이 교육관계자입니다. 따라서 교육 업무만으로도 벅찬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과학기술이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도 있었습니다. 이번에 교육과 과학기술이 분리된 것은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양쪽 모두에 바람직한 일입니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이 부처 간의 협업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미래창조과학부와 계속 협력해 교과부 당시의 장점들은 살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교육부의 수장이 되셨는데 3000만 명에 달하는 교육관계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정말 학교가 꿈과 희망이 살아있는 현장이 됐으면 합니다. 교육은 본래 희망을 주는 일입니다. 그간 너무 경쟁적인 교육이 이뤄지면서 교육의 본질까지 위태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시험만이 객관적인 경쟁이라는 생각이 뿌리 깊이 박혀 있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정부 혼자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우리 아이들을 시험에서 해방시켜 무한한 잠재력을 발현시키려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과도한 경쟁이 아이들과 국가 모두에 손해가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선생님과 학생은 물론 학부모, 언론 등 모두가 뜻을 합쳐 노력했으면 합니다.”

인터뷰 = 박민 사회부장 minp@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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