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첫 승에는 그의 주무기로 알려진 패스트볼, 체인지업과 함께 그동안 잘 던지지 않았던 슬라이더가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슬라이더는 묵직한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하던 류현진에게선 쉽게 보이지 않던 생소한 구종. 지난 스프링캠프 훈련에서 류현진은 세 번째 구종으로 커브를 택했고 슬라이더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빠르긴 하지만 커브처럼 낙차가 크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8일 피츠버그전에서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슬라이더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며 자신의 메이저리그 첫 승을 이끌어냈다. 1회 1사 1루에서 앤드루 매커친에게 패스트볼을 던지다 투런 홈런을 허용한 류현진은 이어 5번 매켄리에게도 잘 맞은 타구를 내주자 6번 페드로 알바레스와의 승부에선 초구부터 슬라이더를 던졌다.

최고시속 85마일(137㎞)의 슬라이더는 직구와 10㎞가량 차이나는 데다 체인지업과는 달리 우타자의 몸쪽으로 파고들어 피츠버그 타자들을 괴롭혔다. 이날 류현진은 6개의 탈삼진 중 3개의 결정구로 슬라이더를 던지는 등 요소요소에서 총 16개의 슬라이더를 사용해 체인지업을 예상하던 피츠버그 타자들의 머리를 복잡하게 했다.

슬라이더로 혼란해진 타자들의 빈틈은 그의 ‘필살기’인 체인지업이 정리했다. 류현진은 5회 1사 1루에서도 승부구를 체인지업으로 택해 스탈링 마르테, 닐 워커를 모두 외야 뜬공으로 요리했고 6회에도 피츠버그 중심에 선 세 타자를 체인지업으로 삼자범퇴시키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이날 류현진은 27개의 체인지업을 던져 피츠버그 타선을 잠재웠다.

민훈기 XTM 해설위원은 “경기가 잘 안 풀리자 왼손타자에겐 체인지업보단 슬라이더가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한 순간적 임기응변이 돋보였다”며 “류현진이 택한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에 잘 제구돼 다음 경기도 기대하게 한다”고 분석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