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기관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연이어 발생하고 북한이 준전시상황을 조장하는 등 안보 관련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국가 비상 보고 시스템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안보와 관련한 위급 상황은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즉각 보고돼야 하지만 지연 사례가 반복되고, 보고 시간도 늦어지고 있다. 지난 20일과 26일 일어났던 사이버 테러 당시에는 천안함 폭침 당시보다 보고 시간이 크게 늦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청와대에 따르면 26일 전국 32개 지자체 홈페이지에 접속장애 현상이 일어난 것은 이날 오전 10시 40분쯤이었고,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은 오전 11시 10분쯤, 박근혜 대통령은 낮 12시가 돼서야 보고를 받았다. 최초 상황 발생부터 대통령 보고까지 무려 1시간 20분이나 소요된 것이다.

3·20 사이버테러 당시도 KBS·MBC·YTN 등 주요 방송사와 신한은행, 농협 등 일부 금융사의 전산망 마비 사태는 오후 2시쯤 발생했는데 박 대통령은 50분이 지난 오후 2시 50분에 김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첫 상황발생 보고를 받았다. 이때도 박 대통령이 상황을 인지하기까지 50분이나 걸렸다.

이는 늑장보고로 비판을 받았던 지난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발생 당시보다 오히려 크게 늦어진 것이다. 정부가 발간한 백서에 따르면 2010년 3월 26일 오후 9시 22분쯤 폭발과 함께 침몰이 시작된 천안함의 포술장은 6분이 지난 9시 28분쯤 휴대전화로 해군2함대사령부 지휘통제실에 “좌초, 폭발음이 났고 침몰 중이다. 구조가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이어 2함대사는 해군작전사령부에 9시 31분쯤, 합동참모본부에 9시 45분쯤 각각 보고했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9시 51분쯤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으로부터 상황을 보고받고 즉시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소집했다. 이 당시 합참·국방부와 청와대 사이의 정식보고라인이 곧바로 가동되지 않은 탓에 폭발에서 대통령 인지까지 29분이 걸려 비판을 받았다.

군 통수권자에 대한 신속한 상황보고는 안보에 있어 기본에 해당하지만 중요 국면에서 이런 원칙은 번번이 무시되고 있다. 군은 상황보고를 최초·중간·결과보고로 나눠 신속한 보고를 강조하고 자세한 사항은 이후에 보고하도록 규정을 만들었지만 실제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위급상황에서의 보고 지연은 자칫 안보상 중요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판단이 늦어져 상황이 결정적으로 악화될 위험성마저 내포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안보상 문제가 발생했을 때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이 상황을 파악하고 명령을 내려야 작전이 시작되기 때문에 보고 지연은 위기관리 측면에서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화종 기자 hiromat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