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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와 통일부가 27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인도적 지원’ ‘대북협력’ ‘남북 당국 간 대화 추진’ ‘북핵문제 전진 동력 주입’ 등과 같은 대북정책 ‘당근’을 잔뜩 나열했다. 제재나 채찍은 별로 보여주질 못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제재·압박에 몰려있던 대북정책의 시계추를 대화 쪽으로 끌어당겨서 “균형 잡힌 투트랙” 정책을 추구하겠다는 발상이다.

하지만 북한의 지난해 ‘12·12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올해 ‘2·12 제3차 핵실험’ 등 잇따른 도발에 대해 국제사회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결의 2094호 등으로 압박하는 제재 국면에서 ‘선(先) 비핵화’에 대한 전제나 연계 없이 ‘신뢰 프로세스’의 기계적 나열만 강조되는 게 타당하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북한의 나쁜 행동에 벌을 줘야 하는 국면에 자칫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로드맵 1·2단계에서 사실상 북한 비핵화 문제가 빠졌다는 우려가 높다. 3단계 본격적인 비핵화 논의를 추진하기 전까지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한발 다가설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통일부는 이날 9대 중점 추진과제를 보고하면서 “국제기구를 통한 취약계층 지원 등 인도적 문제의 실질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고 전제하긴 했지만, “한반도 정세·북한 태도 등을 고려해 책임있는 당국 간 대화를 추진할 것”이라고도 보고했다.

모두 북한 태도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조건이 붙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포용정책’에 가까운 조치다. 실제로 통일부가 최근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으로 민간단체의 대북지원용 결핵약 반출을 허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외교부도 이날 “지속적인 대북 압박과 함께 6자회담 참가국들과의 다각적 협의를 통해 북핵문제 진전의 동력을 주입해 나가겠다”고 보고했다. 대북 압박과 대화를 동시에 구사하면서 유연성은 살리는 ‘투트랙’ 전략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이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천안함 3주기 추모사에서 강력 요구한 “북한 변화”를 견인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외교부와 통일부의 이 같은 ‘대화’에 방점을 찍은 대북정책에 대해 벌써부터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다. 먼저 외교부·통일부 로드맵에서는 가장 중요한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한 해법이 빠져 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1단계(인도적 지원), 2단계(남북경협)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가 언급되지 않고, 최종 단계인 3단계에 가서야 비핵화가 논의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초반에는 비핵화와 연계가 안 되지만, 1·2 단계라도 상황과 여건이 맞으면 비핵화 협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비핵화 협상보다는 남북관계에 우선순위가 있는 셈으로, 2010년 천안함 폭침·연평도 도발과 최근 제3차 핵실험까지 감행한 북한의 나쁜 행동을 오히려 보상하고 핵개발 시간만 더 주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제재 국면과도 동떨어진다는 점에서 ‘시기상조’다.

신보영·이화종 기자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