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핵 전문가들은 북한 국방위원회가 예고한 ‘높은 수준의 핵시험(핵실험)’이 크게 두 가지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하나는 플루토늄(Pu)을 이용한 핵실험이지만 위력을 높인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고농축우라늄(HEU)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고농축우라늄 방식인지, 플루토늄 방식인지 우리가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25일 핵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라늄탄과 플루토늄탄은 원료와 제조방식 등에서 차이가 크다. 고농축우라늄은 천연우라늄(U-235 0.7%, U-238 99.3%)을 원심분리기 등을 이용해 핵분열 물질인 우라늄 U-235의 비율을 90% 이상으로 농축시킨 것이다. 길이 3m, 지름 20㎝의 원통형 원심분리기 1000여 개를 1년 동안 가동하면 핵무기 1개를 제조할 수 있는 15∼20㎏의 고농축 우라늄을 만들 수 있다. 600㎥ 정도의 소형 공간에서도 작업을 할 수 있어 지하시설에 설치할 경우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반면 플루토늄을 얻기 위해서는 원자로와 재처리시설 등 대규모 시설이 필요하다. 플루토늄은 재처리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사용후 핵연료 내부에 생성된 플루토늄을 뜨거운 질산용액으로 용해해 추출하고 이후 우라늄과 분리해 여과·정제 과정을 거친다. 또한 기폭장치가 정밀해야 하기 때문에 시험과정이 필수적이고 외부에 노출되기 쉽다.

우라늄탄과 플루토늄탄은 기폭장치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우라늄탄은 포신형 방식(히로시마 형)으로 포신 내부에 고농축우라늄 두 조각을 이격시킨 뒤 필요시 결합해 핵폭발을 유도하는 간단한 구조인 반면, 플루토늄탄은 내폭형 방식(나가사키 형)으로 핵 물질 주변에 고폭장약을 설치해 일시에 핵물질을 압축, 핵폭발을 유도하는 복잡한 방식이 쓰여 반드시 시험과정이 필요하다.

문제는 북한의 핵실험이 고농축우라늄 방식인지, 플루토늄 방식인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를 알기 위해서는 방사능 핵종 탐지장비를 이용해 핵분열시 발생하는 주요 방사성 동위원소인 제논을 검출하고 그 구성비율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제논은 반감기가 짧고 대기중에 확산된 뒤 희석되는 점을 고려하면 핵실험후 늦어도 10일 이내에는 탐지해야 규명이 가능하다. 현재 국내에는 제논 등 방사능 핵종을 탐지하는 장비 6대가 동·서해안과 중부지역 등에서 운용중이다. 하지만 지난 2009년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 당시 우리 군은 제논을 탐지하지 못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