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문제를 다루는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북한이 그동안 되풀이해서 국제사회에 던져줬던 악몽과도 같은 경험 때문이다.

북한의 ‘12·12 장거리 미사일(은하3호) 발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2087호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 제재의 효과에 대한 회의론과 북한 국방위원회의 3차 핵실험 공언 등 최근 급격하게 전개되는 한반도 정세를 지켜보면서 다양한 방법론이 또다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화론 해결을 주장하는 온건파나 극단적인 군사공격을 주장하는 초강경론에 이르기까지 여러 갈래의 논의 속에 공통된 시각은 “지금과 같은 방식대로는 해결이 어렵다” “북핵을 상수로 놓고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북한의 핵포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전제를 놓고 새판짜기를 하자는 주장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미국 버락 오바마 2기 정부가 당장은 “대화와 제재의 투트랙을 통한 해결”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북한의 추가 핵실험 이후에도 이 같은 기조가 유지될지는 불투명할 뿐 아니라 의무사항으로 “이제는 바꿔야 한다”는 촉구 기류로 이어지고 있다.

북핵을 상수로 놓자는 견해는 3개월 전의 데자뷔, 멀리 나가 30년 동안 주기적으로 되풀이됐던 데자뷔 때문이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시험을 공언할 때마다 국제사회는 “도발하면 죗값을 치를 것”이라고 압박했지만 북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도발을 감행했다. 유엔 안보리 2087호 결의안이 나온 마당에도 북한은 핵실험 공갈 협박으로 맞서 있고, 국제사회는 어김없이 “또 도발하면 이번에는 진짜로 혹독한 벌을 받게 된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정부 고위관계자마저 “북한은 3차 핵실험을 감행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상황이다.

‘북핵 상수론’은 이 같은 악순환의 꼬리를 잘라야 하는 출발지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화의 틀을 바꾸든, 북한이 말 그대로 체제유지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제재를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리든, 북핵 위협을 최고수준의 포괄적 억제력 확보로 무력화시키든 “우리가 잘 설득하면 북한은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기존의 전제를 폐기하고 시작하자는 논리다.

논의는 당분간 다양한 방식으로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올 분위기다. 유호열(북한학) 고려대 교수는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은 뒤 핵을 가진 미국과 감축협상을 하는 방식으로 많은 것을 얻어내려 하기 때문에 핵실험 가속화로 나간다는 전제 아래 대응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교수는 “북한을 6자회담으로 복귀하게 해서 핵을 포기시키는 방식은 현실과 괴리가 크다”고 말했다.

윤덕민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사일방어(MD)체제 구축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있다. 윤 교수는 “전술핵 개념은 현 시점에서 별로 소용없고 북핵 주요시설에 대한 선제적인 정밀타격(surgical strike)론은 한계가 있다”면서 “미국에의 MD 편입에 대해 전향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미국도 핵을 통한 보복적 억지전략에서 방어를 통한 억지력으로 바꾸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유 교수도 외과수술식 타격방식, 즉 정밀타격에 대해서는 “그 같은 역량을 갖추더라도 공개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무진(정치외교학)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올해 정전 60주년을 기회로 삼아 북한과 정전협정을 종료하고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방안의 추진필요성을 주장했다. 대화론적 해법의 양 교수는 북·미 수교, 평화협정 체결, 북핵 포기라는 기존의 일괄타결방식에 가까운 입장을 나타냈다.

김상협·이화종 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