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근대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1836∼1867)는 최근 일본에서 실시되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1000년 역사에서 가장 이상적인 지도자’ ‘역사상 가장 존경하는 인물’ ‘총리로 가장 적합한 지도자’ 등 질문을 달리한 여론조사에서 그는 흔들림 없는 1위이다. 게다가 알려진 대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료마를 자신의 롤모델로 삼고 있고, 간 나오토(菅直人) 전 총리는 2010년 정부 출범 당시 ‘료마 리더십’을 주창했으며, 최근에는 일본 정치의 태풍인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일본유신회 대표가 자신을 ‘21세기판 료마’로 각인시키려 하는 등 그는 ‘가장 이상적 지도자’로 적극 호명되고 있다.

일본에서 료마의 인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료마 마케팅’은 일본 사회가 어려울 때마다 고개를 들어왔다. 실제로 장기불황과 고령화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그늘, 1년짜리 단명 총리가 끝없이 교체되는 리더십 부재, 여기에 중국과의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으로 인한 잇단 외교적 수모가 이어지면서 료마 리더십에 대한 갈망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볼 수 있다.

료마 리더십에는 유연한 사고, 뛰어난 협상력, 시대에 대한 통찰력과 판단력 등 여러 항목이 들어가지만 현재 일본인에게 가장 소구력이 큰 것은 ‘강력한 돌파력’이다. 막부(중앙)는 근대화 물결에 무기력하고, 번(지방) 세력들은 이해관계가 달라 갈등하던 막부 시대 말기에 료마는 서로 대립하던 최대 지방세력 사쓰마번(薩摩藩)과 조슈번(長州蕃)을 중재해 동맹을 이끌어냄으로써 봉건시대를 종식하고 메이지(明治) 유신을 통한 근대 국가로의 발전의 발판을 마련한다.

그는 자신이 믿는 일본의 미래를 위해 신분의 벽, 상업에 대한 멸시, 쇄국에 익숙한 정서, 강한 가문 의식과 남존여비 관념 등 당대의 벽을 타파해 나갔고, 결국 일본의 미래를 만들어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