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신용등급 상승의 원동력은 재정건전성입니다. 어떤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정치공세도 이 원칙을 허물 순 없습니다.”

나라 곳간을 지키는 최후의 방어선 수문장 격인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은 이 같은 다짐을 지난 1년 내내 되풀이해왔다.

지난 ‘4·11 국회의원 총선거’ 때 여야 가릴 것 없이 무상급식 등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며 봇물처럼 표를 의식한 인기공약을 쏟아냈을 당시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중립 위반 경고를 무릅쓰고 “정치권 공약을 모두 지키려면 향후 5년간 268조 원의 재원이 필요하다”는 용감한(?) 분석을 내놔 주목을 받았다.

하반기로 접어들며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국내 내수위축과 수출 급감이 민심을 얼어붙게 하자 민주통합당(민주당)을 필두로 새누리당까지 최대 10조 원 규모의 추가 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선심성 립 서비스를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재정부는 여기에도 결사 항전했다.

야당이 당론을 바꾼 후 새누리당만 5조 원 안팎의 추경에 집착을 보일 때도 정부는 ‘안 된다’고 단호히 선을 그었다. 적자 국채 발행으로 나랏빚을 늘릴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한 것이다. 대신 예산 집행률을 높여 1차로 8조5000억 원의 추가 재정 투자를, 세법개정 후 세입을 줄여 2차로 4조6000억 원 등 올해에만 13조1000억 원의 재원을 염출해냈다. 곳간 바닥의 ‘쌀’까지 닥닥 긁어모으니 웬만한 추경 수준은 됐다. 이후 해외로부터 낭보가 이어졌다. 가장 먼저 무디스가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올린 데 이어, 피치와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의 동일한 조치가 이어졌다. 이들의 등급 상향조정 설명 중 공통된 부분은 ‘우수한 재정건전성’이었다. 재정부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강화되는 정치권의 포퓰리즘 공약을 어떻게 막아낼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재정건전성 확보는 결국 국민 모두를 위한 일이라는 걸 설득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