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호 태풍 ‘볼라벤(BOLAVEN·라오스의 고원 이름)’이 수도권 지역에 접근하면서 28일 오전부터 서울 지역에도 강풍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했다. 또 시민들도 태풍의 영향으로 차질을 빚은 대중교통과 항공기 결항 등에 시달리며 추가적인 태풍 피해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쯤 서울 성동구 용답동에서 윤모(26) 씨가 강풍에 쓰러진 간판에 머리를 부딪혀 병원으로 후송됐다. 윤 씨는 머리가 5㎝ 가량 찢어지는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서대문소방서는 이날 오전 5∼10시 사이 “강풍에 간판이 떨어질 것 같다” “창문이 덜컹거려 빠질 것 같다” 등의 신고가 7건 접수돼 긴급 출동했다. 종로소방서는 이날 오전 4시 서울 종로구 부암동의 한 단독주택에서 옥상에 올려놓은 장독대가 흔들린다는 신고를 받고 장독대를 내려주는 조치를 취하고 오전 5시에는 종로3가를 지나던 시민이 한 상가 매장의 창문이 심하게 흔들린다고 신고해 테이프를 붙여 창문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는 등 각 지역 소방서에는 강풍과 관련한 신고가 잇따라 접수됐다.

종로구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와 서린동 우정사업본부 등 일부 행정기관의 인터넷 전화가 이날 오전 6∼9시 사이 인터넷 전화망 경로설정장비 고장으로 불통되기도 했다.

인공호흡기 등을 사용해야 하는 중증 환자들은 태풍으로 인한 정전을 무엇보다 우려했다. 한 인공호흡기 대여 업체는 27일 오후부터 환자 보호자들에게 정전으로 인해 인공호흡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해 수동 인공호흡장비인 앰부백 등을 미리 준비하라는 공지를 전송하기도 했다.

출근길에도 태풍의 여파가 미쳤다. 이날 오전 8시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지하철 2호선 강남역은 자가용 승용차 운전을 자제한 채 태풍에 대비해 우산을 지참하거나 레인부츠를 착용한 출퇴근객들로 발디딜 틈 없이 붐볐다. 서울메트로는 태풍을 대비해 전동차 운행 집중배치 시간(오전 7~9시)을 1시간 연장하고 이 시간대에 56회 증편 운행을 시작했지만 큰 체감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회사원 이모(여·26) 씨는 “평소보다 일찍 출근했는데도 태풍 때문에 사람들이 지하철에 몰렸는지 지하철 안은 사람들로 북새통”이라며 “증차 효과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태풍이 한반도에 접근하며 공항도 마비돼 여객기를 타려던 시민들은 무더기 결항과 지연운항, 연착 등에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인천국제공항의 경우 이날 오전 9시까지 항공기 85편의 운항이 결항됐다.

정유진·박준우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