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8월 임시국회 소집 시점을 둘러싸고 ‘박지원 방탄국회’ 논란에 휩싸여 날선 공방을 이어 가고 있다. 민주통합당(민주당)이 7월 임시국회 회기 종료(8월3일)에 맞춰 8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하자 새누리당은 ‘박지원(민주당 원내대표) 방탄국회’라고 반발하고 있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8월 임시국회는 회기만 잡혔을 뿐 의사일정은 하나도 정해진 게 없는 상태다.

새누리당은 7월 임시국회 종료 후 지체 없이 8월 임시국회를 열 경우 저축은행 비리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박 원내대표 보호용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이 박 원내대표를 추가 소환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10여 일의 말미를 두고 이달 중순 이후 임시국회를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기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일 오전 MBC 라디오에 출연해 “이달 중순 이후에 임시국회를 소집한다면 동의해 주겠다고 민주당에 얘기했는데, 민주당은 (7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대로) 물샐틈없이 ‘방탄국회’가 소집되도록 해놨다”며 “민주당이 여야 합의 의사가 있다면 일단 방탄국회 소집요구서는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수석부대표는 “서로 협의해서 (7월 임시국회가 끝난 뒤) 일정한 기간을 두고 필요한 시간만큼 국회를 소집한다면 방탄국회라는 소리를 들을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일표 새누리당 원내대변인도 “민주당이 8월 임시국회를 열자는 것은 누가 봐도 박 원내대표의 추가 소환이나 영장청구에 대비해 회기에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보호받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은 오는 9월 정기국회 개회 이전에 처리해야 하는 현안들이 잔뜩 쌓여 있는데도 새누리당이 8월 임시국회 소집에 소극적인 것은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의혹 특검, 언론사 청문회 등 껄끄러운 사안들을 다뤄야 하기 때문에 새누리당이 협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2일 당 고위정책회의에서 “현 국회법에 의거해 8월 임시국회에서 9월1일 정기국회 개회 이전에 (2011년도) 결산안 심사를 마쳐야 한다”며 “새누리당이 8월 국회에 협력하지 않는 것은 여야 원내대표 합의, 예산·결산 심사에 대한 법 정신, 민생문제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 6월29일) 원구성과 함께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 내곡동 사저부지 의혹 특검, 언론사 청문회 개최에 합의해 서명했다”며 “여기서 지켜진 것은 원구성뿐이고 나머지는 아직 반 발자국도 나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은 또다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 세비를 반납할 것인지, 아니면 국회에 성실히 임해서 여야 합의, 법과 민생을 함께 논의할 것인지 조속한 답변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