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7년째 ‘크리스마스 기부’를 하고 있는 류채영(왼쪽 두 번째)·류민준(〃 세 번째) 씨가 지난해 6월 전북 사랑의열매 ‘희망2023나눔캠페인 유공자 시상식’에서 수상한 표창장과 꽃다발을 들고 있다. 류민준·류채영 씨 제공

류민준·채영씨, 성탄 나눔 지속
장학금·軍월급까지 전달하기도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23일, 류민준(24)·류채영(21) 남매는 120만 원을 들고 여느 해처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 전북지회의 문을 두드렸다. 2008년 민준 씨가 7세, 채영 씨가 4세 때 첫 기부를 시작한 이들은 나란히 대학생이 될 때까지 17년째 한 번도 ‘크리스마스 기부’를 멈추지 않았다. 경시대회에서 상으로 탄 문화상품권을 기부하기로 한 것이 시작이었는데, 거주지인 전북 전주시 일대에서 문화상품권을 기부 물품으로 받는 건 사랑의열매가 유일했다고 한다. 이들이 올해까지 사랑의열매에 기부한 돈은 민준 씨 392만3000원, 채영 씨 321만1000원으로 남매의 기부금을 모두 합하면 700여만 원에 이른다.

남매는 어린 시절 기부를 할 때마다 “어려운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게 해 주세요”란 당부를 전했다고 한다. 사랑의열매도 이들의 뜻을 존중해 초등·중학생일 때는 아동복지센터에, 성인이 돼서는 보호종료아동 지원에 기부금이 쓰일 수 있도록 했다.민준 씨 역시 “중·고등학교 때 우수 자원봉사자 장학금과 세뱃돈을 모아 매년 30만∼40만 원씩 기부했다”고 설명했다.

어느덧 자라 대학생이 된 남매는 아르바이트비와 대학 장학금을 보태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외대 생명공학과에 진학한 민준 씨는 부모님으로부터 용돈을 일절 받지 않고 교내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며 50만∼60만 원의 기부금을 마련하고 있다. 그는 “2020∼2021년 군 복무를 할 때도 월급을 매월 3만 원씩 모아 연간 36만 원을 기부했다”며 뿌듯해했다.원광대 한의대생으로 매년 여름마다 의료 봉사를 다닌다는 채영 씨도 “앞으로도 나눔을 계속 실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린아 기자 linay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