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전격 발표된 리영호(70) 북한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총참모장의 해임은 김정은 제1국방위원장의 ‘군부 길들이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제1위원장이 최근 벌어진 권력투쟁 과정에서 리영호로 대표되는 군부의 힘을 약화시키는 대신에 민간 출신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최룡해 총정치국장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측면에서다.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이런 점에서 김 제1위원장의 ‘자기색깔 드러내기’가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군에 대한 당의 지도·장악력 강화’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리영호의 건강이상설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아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유동열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군 최고의 실세를 해임함으로써 누구라도 허튼 생각을 하면 이렇게 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날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쉽게 말하면 김정은의 군 길들이기”라고 해석했다. 유 연구관은 “리영호가 해임됐기 때문에 총정치국 상무위원, 북한 총참모장, 당 군사위원회 부위원장 후임이 누가 될지 봐야 한다”며 “후임 인선을 보면 이번 일이 누구 주도로 진행된 일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집권 후 민간인 출신의 최룡해가 부상하면서 민간인 세력과 그에 우호적인 정치군인들이 북한 야전군의 대표격인 리영호를 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장성택-최룡해라는 큰 틀 안에서 군부 강성계열이 제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해임을 권력투쟁이 아닌 자연스러운 내부 권력 교체 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김영수(정치외교학) 서강대 교수는 “(리영호 해임은) 내부투쟁에 따른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리영호는) 당초부터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가는 과도기에 필요한 인물로 설정됐다”며 “이번 일은 권력투쟁이라기보다는 김정은 체제가 새롭게 자기만의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리영호가 신병문제로 해임됐다는 북한측 발표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아프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 5월) 동남아에도 출장갔다 왔고 최근 나온 화면에서도 멀쩡했다”고 건강 이상설을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해임을 해도 한 자리 정도는 남겨두는데 조선중앙통신 보도까지 신속하게 공개하면서 모든 직위에서 쫓아낸 것은 무슨 사변이 아닐까 싶다”며 중대한 변화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번 일을 김정일 시대의 선군정치로 표현되는 군 중심 사회에서 김정은 시대의 당 우위로 전환되는 신호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인민군도 노동당의 군대라는 측면에서 군에 대한 당의 지도가 강화될 것”이라며 “김정은 체제에서 강조해 온 민생경제에서 성과를 도출해내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화종 기자 hiromats@munhwa.com